亞 빚더미가 금리인상 제동…亞자산 시험대

머니투데이 김신회 기자 2017.12.12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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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룸버그 "亞, 막대한 부채 탓에 韓銀 금리인상 뒤따르기 쉽지 않을 듯"

한국 가계부채(하양, 오른쪽, 조원) 및 기준금리(%) 추이/자료=블룸버그한국 가계부채(하양, 오른쪽, 조원) 및 기준금리(%) 추이/자료=블룸버그


한국은행이 지난달 30일 6년5개월 만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초저금리 시대에 마침표를 찍었지만 막대한 부채가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들의 금리인상 행보에 제동을 걸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블룸버그는 12일 급증하는 부채가 아시아 중앙은행들의 금리인상을 조심스럽게 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통신은 아시아의 성장세가 금리인상을 정당화하지만 수년간 이어진 통화완화정책 아래 불어난 부채가 통화 긴축 정책을 꼬이게 할 수 있다고 봤다.



블룸버그는 한국의 가계부채가 지난 9월 말 현재 1419조1000억 원으로 가처분소득의 150%에 이른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가계 은행 대출의 70%가 변동금리로 돼 있어 대출금리가 0.25%포인트 오르면 이자 부담이 연간 2조3000억 원 늘어난다는 게 한국은행의 분석이라고 전했다. 한국은행이 추가 금리인상에 신중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일각에서는 말레이시아가 아시아에서 한국 다음으로 금리인상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지만 이 나라도 채무 부담이 만만치 않다. 말레이시아의 가계부채는 GDP의 88%로 신흥국으로는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무하마드 이브라힘 말레이시아 중앙은행 총재는 최근 긴축이 아닌 정상화에 금리 조정의 방점을 찍을 것이라고 밝혔다.



다른 나라들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호주의 가계부채는 가처분 소득의 194%에 이른다. 호주 중앙은행은 지난 5일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인 1.5%로 동결하며 가계부채가 소득보다 빠르게 늘고 있다고 경고했다.

일본 투자은행 노무라는 최신 보고서에서 가계부채 수준이 낮은 나라 가운데 하나인 필리핀이 내년에 기준금리를 4차례 인상하며 아시아에서 가장 공격적인 통화긴축에 나설 전망인 반면 호주의 긴축 행보는 가장 더딜 것으로 예상했다.

중국에서는 부채가 경제의 뇌관으로 꼽힌 지 오래다. 이 나라 기업 부채만 GDP(국내총생산)의 160%에 달한다. 전문가들은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경제에 직접적인 충격을 줄 수 있는 금리인상 대신 거시건전성정책으로 채무 축소를 유도할 것으로 내다봤다.


인도는 정부 부채가 GDP의 70%에 이른다. 인도 중앙은행은 최근 경기회복세를 떠받치려고 기준금리를 계속 낮추며 은행권의 잉여자금을 흡수하는 식으로 유동성 고삐를 조였다.

일본은 세계에서 빚이 가장 많은 나라다. 일본 정부의 채무가 지난해 GDP의 250.4%로 세계 최고를 기록했다. 그럼에도 일본은행은 지난 수년간 유례없는 통화부양에 나섰다. 장기불황에서 벗어나기 위한 고육책이었다. 그럼에도 물가상승률을 2%로 높인다는 목표를 달성하는 데 계속 애를 먹고 있다. 일본은행이 조만간 통화긴축에 나서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한 이유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내년에 금리인상 속도를 높일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블룸버그는 미국의 금리인상이 아시아 자산에 대한 투자자들의 입맛을 시험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봤다. 아시아 중앙은행이 금리인상을 주저하면 아시아 자산의 투자 매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데이비드 만 스탠다드차타드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부풀어 오른 아시아의 빚더미가 통화긴축을 억제할 것"이라며 "(부채에 따른) 민감도가 높다는 사실을 알면서 금리를 인상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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