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지난해 12월9일 탄핵안 가결 전날까지 조사된 박근혜 전 대통령의 평균 지지율이었다. 소득 수준 중·상류층의 지지율이기도 했다. 한국갤럽이 지난해 12월6~8일 만 19세 이상 남녀 1012명을 조사(응답률 27%, 이하 오차범위 ±3.1%포인트)한 결과다. 전통적으로 보수 성향이 강하다고 알려진 소득 수준 상위 계층에게서 ‘보수의 아이콘’이 버려진 것이 숫자로 확인된 사례다.
전통적으로 부자들은 보수라는 인식이 있다. 자산가들이 몰린 ‘부자 동네’, 서울의 강남 3구(서초·강남·송파)는 각종 선거에서 보수 정당의 텃밭이었다. 19대 총선 때 강남 3구의 새누리당 득표율은 과반 이상(52%)이었다. 큰 돈을 만지며 투자해 돈을 버는 투자업계 ‘큰 손’들도 보수였다. 아직도 자신의 정치 성향에 대해 ‘보수’이거나 ‘보수에 가까운 중도’라고 말한다.
그러나 탄핵을 경험한 ‘큰 손’들은 달라졌다. 탄핵 이전의 ‘보수 정당’에 실망감과 배신감이 커졌다. 이들은 더 이상 옛 보수 정치인들을 쳐다보지 않는다. 그들 스스로 “보수는 궤멸했다”고 입을 모은다. 지지하던 정당과 세력이 궤멸하니 마음 둘 곳이 마땅치 않다.
금융기관 임원 B씨도 “스스로가 진보보다 보수에 가까운 성향이지만 탄핵 사태가 나자 창피했다”며 “배신감을 느꼈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이들이 문재인정부나 현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 마음을 주기도 쉽지 않다. 이들은 문재인정부 정책의 방향성에 대해 하나같이 의문을 가진다.
전문투자가 D씨는 “특히 산업정책 부분에 ‘물음표’가 많다”고 말했다. 그는 “문재인정부 들어 혁신 산업 육성 등을 외치지만 홍종학·박성진 등 관련 분야 인사를 보면 ICT분야를 정부가 너무 모르는 것 같다”며 “구호만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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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씨도 “전반적으로 기업 하기가 어려워진 상황이라 문재인정부를 지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최저임금 인상을 대표적인 사례로 꼽았다.
여당과 제1야당이 싫지만 그렇다고 탄핵 이후 생겨난 혁신 보수나 제3의 중도 노선 정당들에 마음 두기도 역시나 못미덥다는 반응이다.
A씨는 “유승민은 약하고 안철수는 이미지만 먹고 살다 끝났다”고 비판했다. 대선 때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에게 투표했다는 B씨는 “사실 우리나라에 진보·보수가 어딨겠느냐”며 “바른정당도 시도는 좋았지만 원내로 들어와야지 지금은 힘이 없다”고 실망감을 나타냈다.
정치에 대한 무관심과 회의는 당연한 수순이다. C씨는 “오히려 대통령 탄핵 되고 정치권이 안 나서니 시장경제가 더 잘 흘러가더라”고 말했다.
그래도 이들은 보수로서의 희망을 놓지 않았다. 오랜 시간 지켜온 보수 성향을 바꾸기엔 어렵지만 새로운 보수가 재건될 것이라는 생각이다. A씨는 “보수들이 할 일은 제대로 된, 진정한 보수들이 목소리를 내고 보수를 바로 세우는 것”이라며 “이제는 진정한 보수를 할 깨끗한 사람이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