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범근 전 감독 "대표팀 분명 달라졌다.. 에너지 몰아줘으면" (일문일답)

스타뉴스 올림픽파크텔=김동영 기자 2017.11.29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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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대한민국 스포츠영웅에 헌액된 차범근 전 국가대표팀 감독. /사진=뉴스1<b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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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대한민국 스포츠영웅에 헌액된 차범근 전 국가대표팀 감독. /사진=뉴스1



'한국축구의 살아 있는 전설' 차범근(64) 전 국가대표팀 감독이 '대한민국 스포츠영웅'으로 헌액됐다.

대한체육회는 29일 오후 서울 올림픽파크텔에서 '2017년도 대한민국 스포츠영웅 헌액식'을 개최, 그간 축구 발전에 지대한 공적을 남긴 차범근 전 감독을 대한체육회 사이버 명예의 전당에 헌액했다.

대한체육회 스포츠영웅선정위원회는 지난 10월 11일 제2차 회의를 열고 독일축구리그인 '분데스리가의 레전드'로 불리는 등 축구를 통해 한국 스포츠의 위상을 전 세계에 알린 차범근 전 감독을 2017 대한민국 스포츠영웅으로 선정한 바 있다.



이날 헌액식을 마친 차범근 전 감독은 선정 소감과 함께 한국 축구에 대한 애정어린 당부를 남겼다. 특히 대표팀이 분명 달라진 모습을 보이고 있으며, 많은 응원을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아래는 차범근 전 감독과의 일문일답.

- 스포츠영웅 선정 소감은?



▶ 2017년 스포츠영웅으로 선정해주셔서 고맙고 감사하다. 지금까지 살아온 것처럼 앞으로도 계속 열심히 살겠다. 그동안 사랑해주셔서 너무 감사하다.

- 18살 때 신인상 이후 가장 뿌듯한 상이라고 생각하는 이유는?

▶ 축구선수를 시작해서 가장 감격스러웠던 것이 신인상이었다. 내가 선수로 크는데 커다란 힘을 줬던 것 같다. 선수생활을 하는 동안 큰 의미를 갖고 살아왔다. 벌써 나이가 60 하고도 반을 넘어갔다. 할 일이 별로 없다고 생각을 했는데, 스포츠영웅이 되니까 나에게 뭔가 마지막 사명을 준 것 같다. 축구를 위해 더 하라는 것으로 받아들였다.


- 자신의 축구 인생에서 손꼽히는 장면이 있다면?

▶ 축구선수로 살아오면서, 축구 인생을 살아오면서 많은 일들이 있었다. 선수로 은퇴한 이후 감독을 했고, 몇 개월 전에는 U-20 조직위에서 일을 했다. 모든 순간들이 기억에 남는다. 가장 최근 U-20 대회에서 나에게 주어진 책임을 잘 마무리했을 때 보람이 있었다.

부인 오은미 여사와 자리한 차범근 전 국가대표팀 감독. /사진=뉴스1<b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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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인 오은미 여사와 자리한 차범근 전 국가대표팀 감독. /사진=뉴스1

- 독일 진출 후 특별한 노력을 한 것이 있는지?

▶ 많은 노력을 했다. 체격적으로 상대가 나보다 더 강했고, 나보다 축구를 더 잘했다. 살아 남기 위해서 10년 동안 정말 기계처럼 살았다. 내 아들은 즐기면서 축구한다고 하더라. 우리 세대는, 특히 나는 10년을 기계처럼 살았다.

내가 생각해도 가장 맞는 표현인 것 같다. 애를 많이 썼다. 유럽 선수들이 나보다 잘한다는 생각 때문에 두렵고, 초조했다. 은퇴할 때까지 그랬다. 최선을 다했고, 결과에 만족한다.

- 이제 가장 큰 관심사가 월드컵 조추첨 결과다. 어느 팀을 만나는 것이 상대적으로 나을지? 조 편성을 전망한다면?

▶ 지금 말하기는 이른 감이 있다. 그래도 내가 생각하기에는 남미 쪽보다는 유럽의 몇몇 나라 쪽이 낫지 않을까 생각한다. 물론 다 섞여서 할 것이다. 어디까지나 경기는 끝나봐야 아는 것이다. 대표팀이 잘 준비해서 짧은 시간 동안 변화가 있었다. 남은 시간 잘 준비해서 팬들의 신뢰를 회복했으면 좋겠다.

- 선수들이 사명감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는지, 시대가 달라졌다고 생각하는지?

▶ 대표 선수면 다 사명감은 있다. 사명감 없이 대표 선수를 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적어도 내가 보기에는 사명감은 가지고 있다. 분위기에 따라 선수들의 집중력이 떨어질 수도 있고, 사기가 저하될 수도 있다. 그렇게 보이는 부분도 없잖아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우리 선배님들보다는 우리가 정신적으로 빈약하다는 말을 들을 수 있다. 우리 시각에서도 후배들을 보면 정신적으로 아쉬운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

- 선수들을 격려하고 싶다고 했다. 어떤 면을 보듬어 주고 싶은지? 남은 기간 어떤 면을 더 보완했으면 하는지?

▶ 사람은 주변 분위기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예선을 거치면서 팬들과 언론으로부터 많은 지적을 받았다. 감독이 많은 화살을 받았다. 내 경험으로 보면, 감독이 흔들리기 시작하면 팀의 기둥들조차도 확신을 갖지 못하고, 자신감을 잃고 헤매게 된다. 그런 부분이 내 눈에 많이 보였다. 굉장히 안타까웠다.

어쨌든 최근 2경기 평가전을 통해 보면, 놀라울 정도로 많이 변했다. 많은 분들에게 희망을 줬다고 생각한다. 물론 잘못된 것은 바로 잡고 가야 한다. 하지만 때로는 우리 선수들이 부족하더라도 마치 어린아이가 잘못해도 잘한다고 해주면 신이 나고 기가 살아서 잘하는 것처럼, 선수들에게도 그렇게 해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지적은 할 수 있지만, 일방적으로 너무 비난만 하는 것보다는 격려도 해주고, 선수들이 회복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런 부분이 조금 아쉬웠다.

최근 2경기 경기력을 보면 분명 달라졌다. 좋은 경기를 했다. 분명 많은 사람들에게 희망을 줬다. 팀이 흐트러져 있었는데, 이 2경기에서는 선수들이 적극적으로 움직였고, 애를 썼다. 전술적으로도 긍정적인 모습이 보였다.

이제 대회를 잘 준비하고, 부족한 부분이 있어도 기를 좀 살려주면 기대 이상의 성적도 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대회가 얼마 남지 않았다. 이제부터는 우리가 에너지는 한 곳으로 모아줄 필요가 있지 않나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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