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지진 긴급포럼'이 24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에서 진행되고 있다.
24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대한지질학회 등 지질관련 4개 학회가 공동 개최한 '포항지진 긴급 포럼'에서 김광희 부산대 지질환경과학과 교수는 "지난해 1월부터 올해 9월까지 지열발전소가 땅속에 물을 주입했는데 그 이후 미소 지진들이 동반됐다"며 "특히 지열 발전소의 마지막 물 주입 두달 후 규모 5.4 지진이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이진한 고려대 지구환경과학과 교수는 "(지열발전소가 단층에 주입한) 물의 영향으로 단층대 마찰력이 약화돼 (단층이) 움직이지 않았나 생각한다"라며 "지열발전이 (포항)지진 발생을 빠르게 한 트리거(방아쇠) 역할을 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이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다. 홍태경 연세대 지구시스템과학과 교수는 "포항 지열발전소의 경우 지금껏 2개 구멍에 약 1만2000㎥ 물이 주입됐고 지금은 일부를 빼서 약 5000여㎥ 양이 남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오클라호마 지역은 수백개의 주입구에 약 2000만㎥ 물이 주입된 것으로 단순 비교가 어렵다"며 "포항 지진처럼 규모 5.0 이상 강진이 유체 유입에 의해 일어나려면 수년간 상당량의 물이 들어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때문에 지열발전의 물 주입이 포항 지진을 유발한 직접 원인으로 볼 수 없다는 게 그의 판단이다. 오히려 동일본 대지진 이후 불안정해진 한반도 지각에 원인이 있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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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 교수는 "규모 5.0 이상 지진이 1978년부터 2011년까지 약 33년간 5회 발생했지만, 동일본 지진 후 올해 포항지진까지 6년간 5회 발생했다"고 말했다.
강태섭 부경대 지구환경과학과 교수도 지열발전소에서 주입한 물의 양이 적다는 점을 지적하고 "지진이 복잡한 연쇄 과정을 거쳐 일어나는데, 단순히 물을 주입했다고 큰 지진이 발생했다고 보긴 어렵다"고 강조했다.
강 교수는 "포항 지진은 이미 단층 운동이 (지진으로 연결될) 준비가 된 상태였고, 다른 요인(물 주입 등)이 트리거 작용을 했을 순 있다"고 주장했다.
이날 포럼에서 전문학자들은 지진 발생원인에 대해선 의견이 분분했지만 지열발전소와의 연관성 등 포항지진의 원인을 명확히 규명하기 위해선 폭넓은 추가연구가 필요하다는 데는 이견이 없었다.
김광희 교수는 "지진을 겪은 지 열흘도 안됐는데 벌써 결론 얘기를 해야 하는 상황이 당황스럽다. 자료를 더 자세히 봐야할 때"라고 말했고, 이준기 서울대 교수는 "결론에 도달하려면 단층 연구와 더불어 포항 지역만의 특징도 연구해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