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위기 극복 주역의 경고 "韓, 끓는 물 속 개구리"

머니투데이 심재현 기자 2017.11.21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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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보)한경연, 이규성 前장관 참석 '외환위기 극복 20년 특별대담' 진행… 기득권·관행 포기하고 규제·노동개혁 추진해야

이규성 전 재정경제부 장관(위쪽 가운데), 권태신 한국경제연구원장(왼쪽), 현정택 대외경제정책연구원장(오른쪽)이 21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외환위기 극복 20년'을 주제로 특별대담을 하고 있다. /사진=홍봉진 기자이규성 전 재정경제부 장관(위쪽 가운데), 권태신 한국경제연구원장(왼쪽), 현정택 대외경제정책연구원장(오른쪽)이 21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외환위기 극복 20년'을 주제로 특별대담을 하고 있다. /사진=홍봉진 기자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 당시 경제정책 책임자였던 이규성 전 재정경제부 장관이 한국 경제를 '끓는 냄비 속 개구리'로 비유했다.

20년 전 외환위기가 손쓸 틈 없이 발생한 '급성폐렴'이었다면 최근의 경제여건은 당장은 심각하지 않게 보이지만 파국을 피하기 위해선 특단의 조치가 불가피한 상황이라는 것을 빗댄 말이다.



이 전 장관은 21일 서울 전경련회관에서 열린 '외환위기 극복 20년 특별대담'에 참석해 이렇게 말했다. 이날은 한국이 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하기로 공식 결정한 지 꼭 20년 되는 날이다.

이 전 장관은 IMF 구제금융을 결정한 김영삼 정부에 이어 들어선 김대중 정부의 초대 재경부 장관으로 국내·외 경제정책을 총괄했다.



이 전 장관은 이날 대담에서 최근 경제여건에 대해 "인구 고령화와 낮은 자본 생산성 등으로 성장잠재력이 떨어지고 이런 잠재력마저 제대로 발휘하지 못해 청년실업률이 높은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성장잠재력을 어떻게 키우고 실업률 같은 거시경제 문제에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우리 경제가 '냄비 속 개구리'로 남을지 '냄비 밖 개구리'가 될지가 달렸다"고 지적했다.

그는 "ICT(정보통신기술) 융합과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부응하는 기술개발 노력과 함께 위기가 닥쳤을 때 빠져나올 수 있는 복원력과 유연성을 확보하는 게 한국 경제의 구조적인 과제"라며 "이는 앞으로 4~5년 힘들여 구조조정해도 힘든 과정"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IMF도 지난 1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진행한 연례협의단 간담회에서 올해 한국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0%에서 3.2%로 높여 잡으면서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선 구조개혁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협의단은 특히 "노동생산성이 미국의 50% 수준에 머무는 상황에서 고용 규모와 생산성을 늘리지 않으면 지속성장이 불가능하다"며 최우선 정책과제로 노동시장 유연성 확대를 제시했다.

특별대담에 동석한 현정택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원장은 "외환위기 극복 과정을 보면 기업 재무건전성과 금융안전망이 정비되는 등 성과가 있었지만 노동부문 개혁은 유연성 제고가 미흡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외환위기 당시 취약했던 사회안전망을 강화해 유연성과 경쟁력을 키우고 위축된 투자를 확대해 일자리를 늘리도록 국내 기업활동을 활성화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전 장관은 이날 사회적 단합과 실천도 강조했다. 그는 "외환위기를 조기 극복할 수 있었던 비결은 금 모으기로 나타난 국민의 단합과 국제사회의 협조였다"며 "지금도 우리 사회가 대립과 갈등에서 벗어나 보다 나은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아울러 "국민은 개인의 권익과 함께 사회와 기업의 발전을 생각하고 기업인은 외환위기 때처럼 이익은 사유화하고 비용은 사회화하는 일을 되풀이해선 안 된다"며 "흥청망청했던 시대로 돌아가는 것을 IMF 졸업이라고 생각한다면 그런 일은 영원히 오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권태신 한국경제연구소 원장은 "지금 우리 경제가 겪는 문제는 서서히 근육이 무력해지는 만성질환"이라며 "유연성을 확보하고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앞장서기 위해선 규제개혁과 노동개혁으로 기업하기 좋은 여건을 만들고 기업인도 그에 걸맞는 태도를 갖춰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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