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100불 시대 안온다‥2가지 이유

머니투데이 안정준 기자 2017.11.19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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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셰일오일이 하락 압박 요인…휘발유 2000원대 우려 시기상조, 국내기업 체질개선 후 원료수급 다변화

유가 100불 시대 안온다‥2가지 이유


국제유가가 배럴당 70달러대로 급등하며 국내물가가 동반상승 하고 수출 전선에 먹구름이 드리우지만 2011년 같은 100달러 시대는 가능성이 낮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6년 전에는 미약했던 미국의 셰일가스라는 강력한 하락압박 요인이 존재하고 우리 경제가 현재 유가 상승폭 수준은 감내할 체력을 갖췄다는 것이다.

19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 서비스 오피넷에 따르면 이달 셋째 주 주유소 휘발유 평균 판매가격은 지난주 대비 0.5% 상승한 리터당 1520.3원을 기록했다.
휘발유 가격 상승세는 '거침없다'는 표현이 적확하다. 16주 연속으로 오름폭을 넓히고 있다. 7월까지는 하락세를 보이다 8월 첫 주부터 반등한 이후 연이어 뛰고 있다. 이 기간 휘발유 가격은 5.7% 상승했다.



휘발유 가격의 상승 배경에는 제품의 원료인 국제 원유를 공급하는 사우디 왕가의 정치 다툼과 미국의 암묵적 용인이 자리한다. 국내 도입 비중이 높은 두바이유 주간 평균 가격은 지난 4개월간 25.6% 올랐다. 이달 셋째 주 평균 가격은 배럴당 60.8달러. 두바이유는 이미 2년 4개월 만에 60달러 선을 돌파했다.

미국은 오바마 시대에 셰일가스 개발을 본격화한 이후 배럴당 50달러대까지 손익분기점을 맞춘 것으로 전해진다. 미국에 있어 60~70달러대 유가는 한동안 30달러대 유지로 인해 멈춰 섰던 셰일 개발 시장의 재가동을 의미한다. 이로 인해 국제 정치학자들은 당분간 미국이 70달러 유가를 유지한 선에서 균형점을 맞출 것으로 예상한다.



대표적 유가 민감 업종인 정유·화학 업계도 추가적인 유가 상승이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을 내놓는다. 정유사 관계자는 "석유제품 수요 증가세가 비싼 가격으로 인해 오히려 무너질 수 있어 추이를 유심히 지켜보고 있다"며 "국내 소비자들의 경우 휘발유 가격 기준 리터당 2000원을 넘어서면 오히려 차량 운행을 줄인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휘발유 가격이 2000원을 넘어서면 사회 문제가 커진다. 생계를 위해 차량을 운행하는 화물 운송업자들과 자영업자들은 물론이고 석유제품을 원료로 하는 영세사업자들의 부도가 속출하기 때문이다.

대한석유협회 관계자는 그러나 "2010~2011년에도 휘발유 가격이 장기 상승했지만 현재의 가격과 가격 상승 폭은 당시와는 다르다"며 "미국 셰일오일 업계의 채굴법 개선으로 채산성이 올라간 뒤로 중동의 유가 부양을 미국 셰일업계가 찍어누르는 힘겨루기가 반복되고 있기 때문에 50달러대에서 횡보하는 장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내 휘발유 주간 평균가격이 최장기간 오른 것은 2010년 10월 둘째 주부터 2011년 4월 첫째 주 까지 26주 간이다. 이 기간 주간 평균 휘발유 가격은 16% 급등해 1968원 까지 올랐다. 당시 휘발유 가격 연속 상승이 시작된 시점의 가격은 1695.4원으로 현재 4달 연속 상승세가 이미 진행된 시점의 가격(1520.3원) 보다 높았다.

문제는 물가다. 관리 당국은 비상상황을 맞았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10월 수입물가지수는 전달보다 0.6% 오른 83.17로 잠정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는 6.8% 올랐다. 이에 따라 수입물가는 4개월 연속 상승세다. 하지만 올해 유가 상승이 2011년과는 구조적으로 달라 신 고유가 시대 재진입을 언급하기에는 시기상조이고 현재 상승폭은 경제체질이 건강해져 견딜 수 있는 수준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2011년의 경우 2009년 국제 금융위기 이후 한국의 외환보유고가 바닥난 상황에서 국제유가가 크게 상승해 환관리 부서는 이중고를 맞았다. 여기에 국내 기업들의 수출이 줄고 구조조정 기업들이 늘어나면서 금융권까지 부실채권으로 인해 위기를 맞았다.

하지만 지난 5년간 부실기업들이 대부분 정리됐고 최근 반도체와 정유 화학 업계의 호황으로 인해 기업들이 조단위의 유보금을 확보하게 됐다. 국내 기업들은 주로 중동산 두바이유를 가져다 쓰지만 체질적으로 원가 상승 감내 수준이 높아졌고 만약 이 가격이 비정상적으로 오를 경우 도입선 자체를 미국으로 옮길 선택지를 가지게 됐다는 것이다.

SK그룹 관계자는 "계열사 SK E&S를 통해 이미 일정 수준의 셰일가스 도입계약을 맺고 원료 수급 다변화를 꾀하고 있다"며 "정부도 석유원료의 중동 의존도를 줄이고 미국과 정치경제적 협력을 강화하기 위해 셰일가스 수입을 장려하고 있어 유가 100달러 시대 재현에 대한 우려는 크지 않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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