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성추문' 한샘이 답해야 할 질문들

머니투데이 김하늬 기자 2017.11.20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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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샘, 좋은 기업 아니었어요?”

최근 만나는 취재원마다 한샘의 사내 성폭행 논란을 보고 깜짝 놀랐다며 기자에게 이렇게 묻곤 한다. 38년의 역사를 가진 국내 1위 가구·인테리어업체, 최근 5년 평균 성장률 20%, 올해 예상 매출 2조원, 시가총액 4조원 등 숫자로 보면 한샘은 좋은 회사다.

한샘은 좋은 일자리 창출 기업이기도 했다. 2015년에는 고용노동부로부터 일자리 창출 공로를 인정받아 대통령 표창도 받았다. 직접 고용인력이 2012년 1400명에서 3500명으로 61% 증가했다. 매년 계약직에 대한 평가를 통해 정규직 전환도 진행한다. 이렇게 계약직에서 정규직으로 전환한 인력만 최근 3년간 500명에 달했다.



하지만 한샘의 조직시스템은 이 같은 ‘고속성장’과 ‘급속팽창’을 따라가지 못했다. 한샘의 사내 성폭행 논란이 불거졌을 때 대부분 사람이 경악한 건 사건 해결의 책임자였던 인사팀장이 제2의 성추행 가해자였다는 점이다. 피해자는 인사팀과 법무팀으로부터 “성폭행을 당했지만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가이드라인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한샘이 조직적으로 사건을 무마하려 했다는 의혹까지 제기되면서 분노한 소비자들은 ‘불매운동’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사건 발생 이후에도 한샘의 대응은 여전히 미숙하다. 기존 기업문화팀을 기업문화실로 승격하고 추가 성범죄 피해사례를 수집하는 정도에 그치고 있다. “왜 사내 성범죄가 발생했는지” “왜 사건 발생 이후에도 조직시스템이 작동하지 못했는지” “왜 유사한 성범죄 사건이 연이어 터졌는지” 등등. 문제해결은 이런 질문에서 시작돼야 한다.



최근에도 한샘 전·현 직원들은 기자에게 e메일로 본인이 듣고 겪은 피해사실을 제보하고 있다. 반면 일부 한샘 임직원은 “남녀 사이의 문제라 (회사가) 관여할 수 없다”거나 “당사자들이 앞으로 회사에 잘 다니려면 기사를 그만 써달라”고 변명하고 있다. 한샘이 다시 ‘좋은 기업’으로 인식되기 위해선 사태수습에 급급하기보다 진심 어린 반성과 직장윤리를 바로 세우는 조직시스템을 갖추는 게 급선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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