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평가사 "인터넷銀, 은산분리 완화해도 재벌 사금고 우려 없다"

머니투데이 주명호 기자 2017.11.17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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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평가사 "현행 규제 금융→비금융 지원 어려워"

신용평가사 "인터넷銀, 은산분리 완화해도 재벌 사금고 우려 없다"


신용평가사에서도 은산분리 규제 완화가 인터넷전문은행이 재벌들의 사금고로 전락할 것이란 우려가 맞지 않다는 진단을 내놨다. 이미 관련 감독법령 및 감독당국으로부터 엄격한 규제를 받고 있어 금융회사에서 비금융회사로 자금이동 자체가 쉽지 않다고 주장했다.

1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은산분리 문제 해결방안' 세미나에서 패널로 참석한 이혁준 나이스신용평가 실장은 "금융부문에서 비금융부문으로의 자금 이동은 상당히 강력한 규제를 받고 있다"며 "신용등급을 부여할 때도 같은 재벌그룹 내에서도 금융회사가 비금융회사를 지원하는게 어렵다고 판단해 반영한다"고 말했다.



예컨대 한화그룹에서 한화생명은 최고등급인 'AAA'를 신용등급으로 부여 받고 있다. 하지만 한화생명의 최대주주인 한화건설의 신용등급은 그룹내에서 가장 낮은 수준인 'BBB+'다. 이 실장은 "금융부문에서 비금융부문으로 자금이동이 원활하다고 판단했다면 한화생명을 보유한 한화건설의 신용등급은 'A' 내지 'AA' 등급을 받아야 한다"며 "그렇지 않은 이유는 엄격한 규제로 인해 한화건설로의 자금이동이 극히 제한되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현대상선의 자회사였던 현대증권의 경우 KB금융지주에 인수되기 전 신용등급은 'AA' 수준이었다. 이 실장은 "현대상선의 신용등급이 'BBB'에서 'B', 'CCC'를 거쳐 결국 법정관리로 들어갔지만 그 과정에서 현대증권은 전혀 도움을 주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비슷한 예로 "동부그룹 역시 동부화재, 동부생명 등 우량한 금융기업을 보유했지만 동부제철 워크아웃, 동부건설 부도를 막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이 실장은 "따라서 은산분리 규제를 완화해줄 경우 인터넷전문은행이 재벌의 사금고화할 것이라는 우려는 지나치다"며 "그래도 불안하다면 신용공여 한도를 기존은행보다 축소하는 식으로 보완조치를 마련하는 방안이 바람직할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차례로 출범한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는 아직까지 적자가 누적돼 자본금이 지속적으로 잠식되는 상태다. 추가증자 등 자본확충이 없으면 성공적인 안착이 어려울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이 실장은 "은산분리 규제가 풀린 일본의 경우에도 인터넷전문은행들의 흑자전환에 평균 5.4년이 걸렸다"며 "추가적인 자본확충이 어려우면 결국 실패로 돌아갈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이번 세미나를 주최한 최운열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은산분리 규제가 생긴) 1984년은 자금의 절대 초과 수요 상태였기에 분명 재벌의 사금고화 우려가 있었지만 지금은 자금의 초과 공급 상태"라며 "그럼에도 그 당시 도입된 것을 아직도 골든룰처럼 여기는게 정치권의 현실"이라고 비판했다.


최 의원은 이어 "오랫동안 끌어야할 이슈도 아닌데 인터넷전문은행 출범 1년이 지난 지금까지 이를 두고 토론하는 상황이 답답하다"며 "나타날지 나타나지 않을지 모르는 개연성 때문에 진입장벽을 차단하는 것은 우리사회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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