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한국 전쟁은 '잊힌 전쟁'인가

머니투데이 구유나 기자 2017.11.18 0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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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끈따끈 새책] '브루스 커밍스의 한국전쟁'…전쟁의 기억과 분단의 미래

왜 한국 전쟁은 '잊힌 전쟁'인가


한국 연구에 큰 파문을 일으킨 문제적 학자가 신작으로 돌아왔다. 브루스 커밍스 시카고대 석좌교수는 한국전쟁이 어느 곳에서도 제대로 기억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한다. 남한은 왜곡했고, 북한은 이용했으며, 미국은 잊었다는 것이다.

이 책의 저자인 커밍스 교수는 한국 근현대사와 동아시아 국제관계를 연구해 온 전문가다. 1950년대 후반 평화봉사단 일원으로 한국에 온 뒤 한국 현대사 연구에 몰두했고 1981년에는 북한을 방문하기도 했다. 앞서 출간한 '한국전쟁의 기원'(1981)은 국내외 한국전쟁 연구에 큰 파문을 일으키며 미국역사학회 존 K. 페어뱅크 상, 국제연구학회의 퀸시라이트도서상, 후광 김대중 학술상 등을 수상했다.



이 책은 1950년 한국전쟁이 아닌 1930년대 일제강점기부터 시작한다. 저자는 이때부터 '저항세력'과 '부역세력' 사이에서 벌어진 대립에 주목한다. 물론 누구의 편도 아니다. 그는 북한 지도부가 항일 경력을 정치적 정당성을 유지하고 강화하는데 오용했다면서도 남한에선 산업적 부흥을 위해 일제 부역세력의 복권이 대규모로 이뤄졌다고 지적한다. 또 남한 정부에는 경찰과 우익 청년단체를 동원해 대전 학살, 노근리 학살, 국민방위군 사건 등 극심한 학살 사태를 빚은 책임을 묻는다.

가장 주목할 만한 점은 전후 미국의 입장이다. 저자는 미국을 '세계의 경찰국가'로 만든 것이 제2차 세계대전도, 베트남전쟁도 아닌 한국전쟁이라고 말한다. 저자는 "1950년 후반 여섯 달 동안 (미국은) 방위비가 거의 네 배로 증가했다"며 전쟁을 계기로 미국이 많은 수의 상비군을 유지하고 광범위한 해외기지를 구축하는 등 군산복합체를 출현시켰다고 강조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한국 전쟁에 대해 침묵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저자는 비록 늦었지만 진정한 화해와 극복이 가능하다고 말한다. 김대중, 노무현 정부의 '진실화해위원회'에서 보듯 그동한 잊혔던 학살의 진상을 비롯한 불편한 진실을 밝힘으로써 미래지향적인 역사를 열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국내에서든 국가 간에든 진정한 화해는 오로지 역사적 진실의 토대 위에서만 가능하다"고 일갈한다.

◇브루스 커밍스의 한국전쟁=브루스 커밍스 지음. 조행복 옮김. 현실문화 펴냄. 416쪽 /2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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