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서 손내민 재기 지원…3전4기 밑거름"

머니투데이 김하늬 기자 2017.11.16 0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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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문상 디자인정글 대표, 기보 회생지원보증으로 재기…작년매출 55억·직원 120명 강소기업으로

황문상 디자인정글 대표황문상 디자인정글 대표


“20여년 전 대기업에서 나와 벤처에 뛰어들 땐 기술 하나만 있으면 모든 게 술술 풀릴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세 번 좌절하고 포기하려 할 때 기술보증기금(이하 기보)의 재도전지원사업이 다시 한 번 기회를 만들어줬습니다. 그 결실이 지금의 ‘디자인정글’입니다.”

지난 14일 서울 서초동 디자인정글 본사에서 만난 황문상 대표(사진)는 “돌아보면 힘든 날이 많았지만 주변의 도움을 받아 사업이 뿌리를 내릴 수 있었다”며 이렇게 말했다.



성균관대 대학원에서 이동통신공학을 전공한 황 대표는 1989년 LG정보통신에 입사해 소프트웨어 개발 엔지니어로 근무하다 6년 만에 회사를 박차고 나왔다. 회사에서 인센티브로 받은 우리사주가 증시 상장과 동시에 10배가량 오르는 걸 보고 창업을 결심했다고 한다.

시작은 순조로웠다. 1996년 1인기업을 만들고 ‘오브젝트 오리엔티드 프로그래밍’을 개발해 삼성, LG, 두산 등 대기업에 공급했다. 한 달간 프로그램을 개발해 납품하면 1년치 월급을 벌었다. 하지만 1인기업 특성상 사업확장이 쉽지 않았고 대기업에 휘둘리는 구조도 견디기 힘들었다.



기술력에 자신 있었던 그는 1999년 지인 2명과 모바일 인증서비스 전문업체 ‘아이프로’를 설립했다. 모바일시장이 확대되면 인증사업도 빠른 속도로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기술을 개발하고도 사업화엔 실패했다. 기술개발에 몰두한 나머지 특허 선점 경쟁에서 뒤진 까닭이다. 사업이 지지부진하자 창업멤버가 하나둘 떠났고 황 대표는 2003년 결국 회사를 정리했다.

실패는 부채로 돌아왔다. 가족 생활비를 위해 지인들에게 돈을 빌려야 했다. 이런 그에게 스마트폰 소프트웨어 개발회사를 운영하는 후배가 손을 내밀었다. 연구소장으로 들어와 함께 회사를 키워보자는 제안이었다. 벼랑 끝에서 살아난 황 대표는 삼성전자 스마트사업부와 그래픽스크리닝 기술을 개발하면서 3년 만에 매출 100억원대, 직원 150명의 회사로 성장시켰다. 하지만 대기업들과 소송에 휘말리면서 또다시 회사를 정리하는 쓰디쓴 경험을 했다.

2009년 세 번째 창업이자 네 번째 도전인 ‘유믹서’를 설립할 땐 자금조달이 문제가 됐다. 여전히 과거의 실패가 발목을 잡았다. 목돈이 필요했지만 은행에선 번번이 퇴짜를 놨다. 결국 지인에게 1억원을 빌려 회사를 설립했지만 신용불량이란 낙인으로 인해 매번 자금난에 허덕였다.


황 대표는 “추가 기술개발과 운영자금으로 고민하던 중 기보에서 회생지원과 추가 신용보증이 결합된 ‘재도전기업주 재기지원보증사업’이 생겼다는 연락을 받고 희망이 생겼다”고 말했다. 황 대표는 2013년 기보로부터 회생지원보증을 받아 부채 원금의 75%를 감면받고 신용도 회복했다. 또 7억원가량의 추가 신규보증을 재원으로 디자인콘텐츠 제작업계 1위 디자인정글과 인수·합병도 성공했다. 기보의 재기지원보증사업 덕에 디자인정글은 지난해 기준 연매출 55억원, 직원 120명의 강소기업으로 거듭났다.

기보는 황 대표처럼 실패 경험이 있지만 우수한 기술력으로 재기 가능성이 높은 기업에 채무조정과 신규보증을 지원한다. 이 사업을 도입한 2012년부터 지난 9월까지 655개 업체에 856억원을 지원해 재도전을 도왔다.

김규옥 기보 이사장은 “창업에 실패해도 낙인이 아니라 자산으로 인식할 수 있도록 재창업 지원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며 “특히 고용창출 효과가 높은 기술력 있는 성실한 실패기업인의 재기지원 프로그램을 확대해 정부의 일자리창출정책을 뒷받침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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