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속 만기를 엿새 앞둔 박근혜 전 대통령이 10일 오후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공판을 마친 뒤 호송차에 오르고 있다.
박근혜정부 시절 국가정보원이 청와대에 특수활동비를 상납했다는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15일 기자들과 만나 "기본적으로 공무원이 나랏돈으로 뇌물을 제공했고, 이 돈을 받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사적으로 사용한 것이라는 게 이 사건의 실체"라고 밝혔다.
앞서 검찰은 박근혜정부 실세로 이른바 '문고리 3인방'으로 불렸던 이재만·안봉근 전 청와대 비서관을 박 전 대통령과 공모해 국정원으로부터 매달 5000만∼1억원씩 약 40억원대 특수활동비를 상납받은 혐의로 구속했다. 이어 남재준·이병호·이병기 전 국정원장 등 3명에 대해서도 상납을 지시한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은 박 전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지난해 9월 국정원으로부터 2억원을 받은 뒤 관저에서 박 전 대통령에게 직접 이 돈을 건넸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지난해 7월은 미르·K스포츠재단 의혹이 불거지면서 최씨의 국정농단 의혹이 제기되기 시작한 시기였다. 최씨는 언론 취재가 시작되자 지난해 9월 독일로 출국했고, 귀국하기 전까지 박 전 대통령과 차명 휴대전화로 총 127차례 통화한 것으로 특검 수사 결과 밝혀졌다.
최씨는 박 전 대통령의 의상비용을 대납하고, 나중에 대통령에게서 현금으로 건네받았다. 최씨가 낸 박 전 대통령의 의상비는 3억8000여만원에 이른다. 그럼에도 박 전 대통령의 재산내역상 예금 총액은 매년 대통령 급여 만큼 늘었다. 박 전 대통령 측은 저서에 대한 인세 수입 등이 있었다고 해명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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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박 전 대통령은 지난해 탄핵심판 때부터 형사재판에 이르기까지 위임한 변호사들에게 지급한 수임료 역시 전부 5만원권 현금 다발로 지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를 두고 검찰은 박 전 대통령이 현금 형태의 특수활동비를 사용한 것이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사정당국 관계자는 "그렇게 의심하는 게 합리적이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검찰은 최근 박 전 대통령 주변에서 전달책 역할을 했던 이영선 전 청와대 행정관 등을 소환해 조사했다. 그러나 검찰은 아직 최씨에 대한 소환 일정은 확정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최씨 측 관계자는 "최씨는 국정원 특활비에 대해 전혀 모른다는 입장"이라고 전했다.
측근 관리에 돈이 사용됐을 가능성도 있다. 이재만·안봉근·정호성 전 비서관 등은 검찰에서 떡값 명목으로 격려금을 수령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청와대에서 4명 외에 이 돈에 대해 알고 있는 사람은 없었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해 총선을 앞두고 청와대는 대구·경북지역에서 경쟁력있는 이른바 '진박' 후보를 가려내기 위해 다수의 여론조사를 실시하고, 총선 이후 여론조사 비용 5억원을 국정원 특수활동비로 대납시켰다. 일각에서는 이 자금이 여론조사 비용 정산 이외의 목적으로 활용됐을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