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가 받은 '국정원 뇌물' 어디로 갔을까?

머니투데이 백인성 (변호사) , 한정수 기자 2017.11.15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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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L] 검찰, 최순실씨 또는 변호인단에 흘러갔을 가능성 주목

구속 만기를 엿새 앞둔 박근혜 전 대통령이 10일 오후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공판을 마친 뒤 호송차에 오르고 있다.구속 만기를 엿새 앞둔 박근혜 전 대통령이 10일 오후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공판을 마친 뒤 호송차에 오르고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상납받은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를 사적 용도로 사용했다고 검찰이 밝히면서 이 자금의 '용처'에 관심이 쏠린다. 검찰은 특수활동비 가운데 일부가 최순실씨에게 흘러갔거나 변호사 비용 등으로 사용됐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박근혜정부 시절 국가정보원이 청와대에 특수활동비를 상납했다는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15일 기자들과 만나 "기본적으로 공무원이 나랏돈으로 뇌물을 제공했고, 이 돈을 받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사적으로 사용한 것이라는 게 이 사건의 실체"라고 밝혔다.



검찰이 청와대로 상납된 국정원 특활비의 용처에 대해 '사적 사용'이라고 못 박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동안엔 "통상의 절차와 달리 사용됐다" 수준의 표현에 그쳤다. 검찰은 박 전 대통령의 특수활동비 용처를 상당부분 파악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검찰은 박근혜정부 실세로 이른바 '문고리 3인방'으로 불렸던 이재만·안봉근 전 청와대 비서관을 박 전 대통령과 공모해 국정원으로부터 매달 5000만∼1억원씩 약 40억원대 특수활동비를 상납받은 혐의로 구속했다. 이어 남재준·이병호·이병기 전 국정원장 등 3명에 대해서도 상납을 지시한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특수활동비를 준 쪽의 신병이 확보됨에 따라 검찰은 다음 단계로 박 전 대통령의 특수활동비 용처를 파악하는 데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검찰은 최씨에게 이 돈이 흘러갔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은 박 전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지난해 9월 국정원으로부터 2억원을 받은 뒤 관저에서 박 전 대통령에게 직접 이 돈을 건넸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지난해 7월은 미르·K스포츠재단 의혹이 불거지면서 최씨의 국정농단 의혹이 제기되기 시작한 시기였다. 최씨는 언론 취재가 시작되자 지난해 9월 독일로 출국했고, 귀국하기 전까지 박 전 대통령과 차명 휴대전화로 총 127차례 통화한 것으로 특검 수사 결과 밝혀졌다.

최씨는 박 전 대통령의 의상비용을 대납하고, 나중에 대통령에게서 현금으로 건네받았다. 최씨가 낸 박 전 대통령의 의상비는 3억8000여만원에 이른다. 그럼에도 박 전 대통령의 재산내역상 예금 총액은 매년 대통령 급여 만큼 늘었다. 박 전 대통령 측은 저서에 대한 인세 수입 등이 있었다고 해명한 바 있다.


또 박 전 대통령은 지난해 탄핵심판 때부터 형사재판에 이르기까지 위임한 변호사들에게 지급한 수임료 역시 전부 5만원권 현금 다발로 지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를 두고 검찰은 박 전 대통령이 현금 형태의 특수활동비를 사용한 것이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사정당국 관계자는 "그렇게 의심하는 게 합리적이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검찰은 최근 박 전 대통령 주변에서 전달책 역할을 했던 이영선 전 청와대 행정관 등을 소환해 조사했다. 그러나 검찰은 아직 최씨에 대한 소환 일정은 확정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최씨 측 관계자는 "최씨는 국정원 특활비에 대해 전혀 모른다는 입장"이라고 전했다.

측근 관리에 돈이 사용됐을 가능성도 있다. 이재만·안봉근·정호성 전 비서관 등은 검찰에서 떡값 명목으로 격려금을 수령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청와대에서 4명 외에 이 돈에 대해 알고 있는 사람은 없었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해 총선을 앞두고 청와대는 대구·경북지역에서 경쟁력있는 이른바 '진박' 후보를 가려내기 위해 다수의 여론조사를 실시하고, 총선 이후 여론조사 비용 5억원을 국정원 특수활동비로 대납시켰다. 일각에서는 이 자금이 여론조사 비용 정산 이외의 목적으로 활용됐을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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