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소비 명암…유학비 줄고, 여행비 늘고

머니투데이 유엄식 기자 2017.11.18 0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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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학비 지출 2005년 이후 최저, 여행비 지출 역대 최대

해외소비 명암…유학비 줄고, 여행비 늘고


우리나라 국민의 해외소비 유형이 눈에 띄게 달라졌다. 본인 또는 자녀의 해외유학(어학연수 포함)에는 점차 지갑을 닫고 있는 반면, 해외여행 지출은 많이 늘었다.

15일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ECOS)에 따르면 올해 1~9월 내국인 유학비(유학연수지급) 지출액은 26억6970만달러(약 3조330억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8% 감소했다.



지난해 연간 유학비 지출액은 35억1850만달러로 2005년(33억8090만달러)이후 가장 적었는데 올해는 이보다 더 줄어들 전망이다.

2000년대 초반 해외유학 붐으로 유학비 지출은 해마다 늘었다. 2001년 처음으로 연간 10억달러를 넘었고 이후 매년 두자릿 수 증가율을 이어갔다. 2007년 50억2530만달러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그러나 2008년 글로벌금융위기 이후 유학비 지출은 점차 감소했다. 2009년 39억9920만달러로 급감한 뒤 40억달러대를 유지했다가 2014년 이후 3년째 30억달러대에 머물렀다.

이런 현상은 국내 취업난과 무관치 않다. 과거에는 미국, 유럽 등 선진국에서 학위를 받은 유학파나 어학연수를 통해 외국어 실력이 좋은 인재들이 경쟁에서 우위를 보였지만 최근 고학력자 증가, 일자리 감소로 메리트가 많이 사라졌다.

이와 함께 경기 부진과 집값 상승으로 가계 가처분소득이 줄면서 장기간 많은 돈을 교육비로 쓰기 어려운 현실도 반영된 것이란 분석도 있다.
추석 연휴 사흘째인 10월 2일 인천국제공항 출국장이 여행객들로 붐비고 있다. /사진제공=뉴스1추석 연휴 사흘째인 10월 2일 인천국제공항 출국장이 여행객들로 붐비고 있다. /사진제공=뉴스1
반면 해외여행에 쓰는 돈은 해마다 크게 늘어나는 추세다.


올해 1~9월 여행지출액(일반여행지급)은 197억2120만달러로 전년동기대비 13.6% 증가했다. 지난해 연간 여행지출액은 231억2330만달러로 통계 집계 후 최대치였는데 올해 이 기록을 깰 가능성이 높다.

여행비 지출은 외환위기 직후인 1999년 39억7540만달러에서 2000년 61억7400만달러로 크게 늘었다. 2003년 카드사태로 주춤했다가 다시 증가세로 전환돼 2005년(120억2500만달러)로 처음으로 100억달러를 돌파했다.

2008~2009년 글로벌금융위기 여파로 다소 줄었지만 2010년 이후 꾸준히 증가했다. 특히 2013년부터 연간 18억~20억달러씩 늘어 2015년(215억2800만달러) 연간 지출액이 200억달러를 넘었다. 2009년(110억3570만달러) 이후 7년 만에 지출액이 2배 이상 늘어난 셈이다.

이는 최근 해외여행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현상을 반영한다. 해외여행을 다루는 TV 프로그램이 방송되고 저가 패키지 여행상품도 많이 나오면서 “국내여행보다 비싸다”는 인식도 바뀌었다. 국내 여행지에서 휴가철마다 반복되는 바가지 요금에 대한 피로감도 반영된 것이란 분석도 있다.

이와 함께 대체휴일제 정착, 임시공휴일 시행으로 평년보다 연휴 기간이 길어진 점도 해외여행객 증가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올해 1~9월 내국인 출국자 수는 1963만2010명으로 집계됐다. 추석 연휴 열흘(9월 30일~10월 9일)에만 102만명이 출국했다. 관광업계는 이런 흐름이 이어질 경우 올해 출국자 수가 역대 최대였던 지난해(2238만3190명)보다 많을 것으로 예상한다.

최근 해외여행 지출을 위해 대출을 활용하는 사례도 많아졌다. 한은에 따르면 올해 10월 은행 기타대출 증가액은 3조5000억원으로 통계 집계 이후 월간 기준 최대치를 기록했다. 한은 관계자는 "10월 초 최장기 연휴에 따른 소비성 자금 수요로 마이너스통장 등 소액 신용대출이 많이 늘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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