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빈 방문 중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연설을 마친뒤 손가락으로 의원들을 가리키며 인사를 하고 있다. 미국 대통령의 국회연설은 1993년 빌 클린턴 전 대통령 이후 24년 만이다. /2017.11.08 머니투데이 이동훈
미국 대통령이 국회에서 연설을 한 건 1993년 빌 클린턴 전 대통령 이후 24년 만이다. 이례적인 행사를 치르기 위해 국회의 수많은 관계자들은 분주히 움직였다. 연설을 현장에서 바라본 여야 의원들을 비롯한 기자들 역시 그의 행동과 발언 하나하나에 주목했다.
◇'20분 지각'에도 예정보다 '13분 길었던' 연설=당초 트럼프 대통령은 오전 10시45분 국회를 도착해 정세균 국회의장과 환담을 나눌 예정이었다. 오전 11시부터 본회의장에서 22분 동안 연설을 전할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오전 DMZ 방문 시도 등으로 계획이 어긋났다. 트럼프 대통령은 11시가 돼서야 국회에 도착해 정 의장과 짧은 인사만 나눴다.
오전 11시20분. 트럼프 대통령 내외가 본회의장으로 입장했다. 여야 의원들은 모두 일어나 박수를 치면서 부부의 입장을 환영했다. 김순례, 박순자 자유한국당 의원 등을 비롯한 일부 의원들은 트럼프의 모습을 휴대폰 카메라로 촬영하느라 바빴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초 22분 정도 연설을 전할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그가 실제로 연설을 마친 시각은 11시59분이었다. 약 35분의 연설 도중 19번 의원들의 박수를 받았다. 그가 "한국 골프 선수들은 세계 최고의 기량을 갖추고 있다"면서 박성현 선수를 언급하는 대목에선 의원들의 반가운 웃음이 흘러나왔다. 이 대목에서 4번의 박수가 연이어 터져나왔다. 트럼프 대통령도 긴장감을 다소 덜어낸 듯 양팔을 들어보이며 같이 박수를 치기도 했다.
국빈 방문 중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2017.11.08 머니투데이 이동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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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기 전까지 의원들은 종종 사진을 찍거나, 등을 의자에 기대 편하게 듣기도 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 주민들의 현실을 소개하는 것으로 '김정은 체제'를 비판하자, 일부 의원들은 자세를 고쳐 앉고 장내는 다시 긴장했다.
다소 누그러진 내용을 담을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강한 대북 메시지가 이어졌다. 이에 의원들은 연설 대목에 집중하며 북한의 비핵화와 한반도의 번영을 언급한 문장에서 박수를 보냈다.
연설의 마지막까지 한반도에 대한 메시지를 전한 트럼프는 마지막 말로 "모든 한국인이 잘 살길 바라고 있다"며 축복의 말(God bless the Korean people. Thank you)을 전했다. 이에 여야 의원들은 전부 기립해 박수를 보냈다. 입장 때 긴장한 듯 악수 없이 연단으로 직행했던 트럼프 대통령도 의원들을 향해 손을 흔드는 등 긴장이 풀어진 모습이었다. 퇴장하면서도 트럼프 대통령 내외는 통로에 선 의원들과 악수를 나누며 '뜨거웠던' 60분을 마무리했다.
국빈 방문 중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국회연설이 예정된 8일 오전, 조원진 대한애국당 의원이 국회 본회의장 피켓을 들고 입장하던 중 경위들에게 제지당하고 있다. /2017.11.08 머니투데이 이동훈
조 의원은 "국회법을 갖고 오라"고 외치면서 자신이 준비한 피켓을 흔들어보였다. 그가 들어보인 피켓에는 "한미동맹 강화, 죄 없는 박근혜 대통령을 즉각 석방하라"(Stronger alliance U.S. and Korea, Release Innocent President Park Geun Hye)가 적혀 있었다. 결국 조 의원은 3분 만에 경호원에게 진압돼 회의장 밖으로 이동해야 했다. 이후 조 의원은 연설 도중 회의장에 돌아와 조 의원은 피켓 없이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을 경청했다.
민중당의 김종훈, 윤종오 의원도 트럼프 대통령 내외의 입장과 퇴장 때 일어서서 무언의 '피켓시위'를 벌였다. 그들은 '전쟁 반대! 우리는 평화를 원한다!'(No war! We want peace!)라는 문구가 적힌 피켓을 준비했다. 퇴장 때는 경호원들이 트럼프 대통령이 피켓을 보는 걸 막기 위해 주변을 둘러서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