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댓글수사 방해' 현직검사 투신사망… "외부파견 관행 문제"

머니투데이 한정수 기자, 이동우 기자, 백인성 (변호사)기자, 황국상 기자 2017.11.06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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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L](종합) 6일 영장실질심사 앞두고 건물 4층에서 투신… 지난달 말 국정원 소속 변호사도 사망

/사진제공=뉴스1/사진제공=뉴스1


2013년 국가정보원의 댓글 여론조작 수사를 방해한 혐의로 영장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 심문)를 받을 예정이던 변창훈 서울고검 검사(48·사법연수원 23기)가 4층 건물에서 투신해 숨을 거뒀다.

지난달 말에도 같은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던 국정원 소속 변호사가 자신의 차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된 바 있다. 일각에서는 현직 검사를 여타 정부부처나 정부 산하기관으로 파견을 보내는 비정상적인 관행이 이번 비극을 초래했다는 질타의 목소리도 나온다.



6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변 검사는 이날 오후 2시쯤 서울 서초동 한 건물의 4층 화장실에서 투신해 서울성모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두시간 후인 오후 4시 정각에 숨을 거뒀다. 당초 변 검사는 이날 오후 2시30분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해 법원으로 이동할 예정이었으나 출석하지 않았다.

목격자들은 "구급대가 출동해 (변 검사에 대해) 붕대로 머리를 막 감는 등 응급조치를 취했다"며 "하얀 와이셔츠에 푸르스름한 넥타이를 맨 사람이 움직이지도 못하고 숨만 겨우 쉬면서 신음소리도 없이 누워 있었다"고 말했다. 변 검사의 변호를 맡은 법무법인의 소속 변호사는 변 검사가 투신하기 전후 정황을 설명해 달라는 기자들의 질문에 "드릴 말씀이 없다"며 함구했다.



검찰은 변 검사를 비롯해 장호중 검사장(50·21기), 이제영 대전고검 검사(43·30기) 등 3명의 구속영장 발부를 청구한 상태였다.

이 중 장 검사장은 지난 5일 검찰·법원에 영장심문 포기서를 제출해 법원 판단을 기다리던 중이었다. 이 검사는 이날 오전 10시30분부터 영장실질심사를 받고 있다. 변 검사와 함께 오후 3시부터 영장실질심사를 받을 예정이던 서천호 전 국정원 2차장과 고일현 전 국정원 종합분석국장 등 2명은 예정대로 심문을 받고 있다.

장 검사장과 변 검사, 이 검사 등은 2012년 대선 과정에서 국정원이 자행한 대규모의 여론조작 활동에 대한 수사를 방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2013년 검찰의 국정원 압수수색을 앞두고 국정원 내부의 태스크포스팀(TF)에 참여해 압수수색에 대비한 위장 사무실을 마련하고 가짜 서류를 갖다 두는 등 수사에 혼선을 두는 계획을 세웠다는 것이다.


이들은 특히 현직 검사 신분으로 국정원에 파견가 있는 동안 동료 검찰들의 수사를 방해했다는 점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았다. 장 검사장 등과 같은 혐의를 받는 김진홍 전 국정원 심리전단장은 이미 구속됐다.

앞서 지난달 말 국정원 소속이던 A변호사는 강원 춘천시 한 주차장에 주차된 본인의 차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이 차 안에는 번개탄을 피운 흔적이 있었다. A변호사 역시 이날 숨을 거둔 변 검사와 마찬가지로 '댓글 여론조작' 수사를 방해한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은 바 있다.

최영승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겸임교수는 이번 변 검사의 비극에 대해 "현직 검사들을 외부로 파견보내는 관행이 초래한 비극"이라며 "검찰청법에 검사의 외부파견을 금지하는 개정안이 반영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 교수는 "검사가 일단 외부 기관으로 파견을 가게 되면 검사로서의 본분을 잊고 그 조직의 활동에 조력할 수밖에 없다"며 "검사의 외부 파견 관행을 막지 않는 한 이같은 비극이 또 발생하지 않으리라고 단언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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