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인사를 볼 때 삼성전자가 사업을 진두지휘하는 최고경영자(CEO)급 경영진의 선임 연령 제한을 사실상 60세 미만으로 못 박았다고 할 수 있다. 아무리 실적이 좋고 경력이 화려하더라도 일정한 기간이 지나면 후배들에게 자리를 넘겨주고 2선으로 물러나는 관행이 이번 기회에 만들어질 가능성이 감지된다.
초일류 글로벌 기업 삼성전자와는 다른 사례이지만, 중국은 최고지도부인 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회에 '칠상팔하'(七上八下) 원칙을 철저히 적용한다. 5년마다 열리는 당 대회 시점에 만 67세는 7명으로 구성된 상무위원이 될 수 있지만 68세 이상은 은퇴한다는, 겉으로는 드러나지 않지만 숨어있는 규칙이다. 최근 열린 19차 당대회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최측근인 왕치산 전 중앙기율검사위원회 서기(69)도 이 원칙에 따라 퇴임했다.
제도적 장치는 곧 시스템이다. 중국의 절대권력으로 불리는 시진핑 주석이 왕 전 서기를 유임시키지 못한 것도 이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국내에서 가장 시스템이 잘 갖춰진 기업 중 하나다. 갖은 악재 속에서도 경영 실적이 사상 최대를 기록할 수 있었던 배경 중 하나는 시스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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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의 또 다른 강점은 변화에 능하다는 점이다. 이 세상에 문제가 없는 조직은 없지만, 이를 발견하고 고치려 하는 곳은 실제 많지 않다. 그동안 삼성전자 안팎에서는 일부 고위 임원들이 자리를 오랫동안 독점한다는 비판이 있었고, 이번 경영진 인사를 시작으로 자기 변화를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평소 "경영자는 스스로 변화를 일으키고 유연한 조직 문화를 창조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층 젊어진 삼성전자의 선전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