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보세]거래절벽 속 집값이 오르는 이유는

머니투데이 엄성원 기자 2017.11.01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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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들이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입니다.

물건을 사려는 사람이 많으면 가격이 오르고 반대면 가격이 내린다. 여러 변수와 상황 속에서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지만 그래도 대부분 사람이 가장 신뢰하는 가격결정구조다. 요즘 집을 사려는 사람들의 고민은 여기에서 시작된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10월 한달간 서울에서는 3463건의 아파트 매매계약이 신고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 1만2878건의 4분의1 남짓한 수준이다. 계약 후 60일 이내에만 신고를 마치면 되니 시간이 지나면 거래건수도 다소 늘겠지만 전년 수준을 큰 폭 밑돌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이른바 ‘거래절벽’이다.
 
거래가 눈에 띄게 줄어드는 상황에서도 아파트값은 계속 올랐다. KB부동산 시세를 기준으로 서울의 아파트 매매가는 전주와 비교해 각각 10월 첫주 0.10%, 둘째주 0.15%, 셋째주 0.15% 올랐다.
 
특히 전국에서 집값이 가장 비싼 동네의 하나인 강남구는 지난주에만 아파트 매매가가 0.36% 뛰었다. 연중 집값 오름세가 가장 가팔랐던 지난 7월 이후 최고 상승률이다. 잠실 주공5단지 초고층 재건축 계획안 통과로 기대감이 한껏 높아진 송파구도 마찬가지로 7월 이후 가장 강한 오름세를 보였다.
 
물론 사려는 사람은 있는데 물건이 없는 경우에도 거래 없이 가격이 오를 수 있다. 하지만 최근 분위기를 보면 매물이 부족해서 집값이 오르는 건 아닌 듯하다. 투기지역 지정부터 양도세 중과, 대출 억제까지 정부가 사실상 동원 가능한 모든 수단으로 다주택자들을 압박하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 장관이 “자기가 사는 집 아니면 집을 파시라”고 말할 정도니 적어도 집을 여러 채 갖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마뜩잖은 상황인 것만은 분명하다.
 
그럼에도 집값은 왜 오르는 것일까. 아파트 시세정보는 표본주택의 가격변동을 토대로 만들어진다. 조사기간에 표본주택이 거래된 경우 실거래가가 통계에 반영되지만 거래가 없을 때는 해당 지역 공인중개소가 유사한 거래에 기초해 산출한 가상의 가격이 통계에 반영된다. 이 때문에 강남구나 송파구의 고가 아파트가 오른 가격에 거래될 경우 전체 평균치를 끌어올리는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 이 같은 효과는 거래가 적을수록 더 힘을 발휘한다.
 
시세정보와 반대로 부동산 전문가들은 대부분 집값 하락을 점친다. 지금의 가격 오름세에 상당부분 허수가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거래가 뒷받침되지 않은 한 가격 상승이 단기에 그칠 수밖에 없다는 경험론도 하락을 전망하는 또다른 이유다.
 
“집값은 오른다고 하는데 실제 집을 사겠다는 사람이 없어요. 계약은 고사하고 집 보러 오겠다는 사람도 손에 꼽을 정도예요.” 통계보다 공인중개업소 사장님의 푸념이 더 와닿는 계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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