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준 LG 부회장(가운데)이 지난 1월19일 LG인화원에서 열린 '글로벌 CEO 전략회의'에서 한상범 LG디스플레이 부회장(왼쪽), 하현회 LG 사장(오른쪽)과 의견을 나누고 있다. /사진제공=LG
구 부회장은 올해 상반기 전략보고회에 이어 업적보고회까지 주재하면서 사실상 그룹 전반의 살림을 맡게 됐다. 이날 업적보고에선 LG그룹의 최대 현안으로 꼽히는 LG디스플레이 (10,550원 ▲170 +1.64%) 중국 광저우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공장 승인 지연 문제도 주요 안건으로 다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재계 안팎에선 구 부회장의 역할 확대를 두고 세대교체 등 다양한 해석이 나온다.
구 회장의 경우에도 지난해 70세를 넘기면서 용퇴설이 흘러나왔지만 아들인 구광모 ㈜LG 상무(39)가 30대 후반의 약관인 데다 아직 뚜렷한 경영능력을 검증받지 못했다는 점에서 퇴진 시기를 늦춰온 것으로 알려진다. 최근 그룹 오너 일가의 경영권 승계를 두고 비판여론이 높아진 분위기도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구 회장과 구 부회장의 '형제 경영'이 당분간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일각에선 현재 그룹 지주사에서 경영전략과 기획 업무를 맡고 있는 구 상무가 연말 인사에서 새로운 역할을 찾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지만 지금 상황에선 서두르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에 힘이 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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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그룹에 정통한 소식통은 "롯데나 금호, 한진 (20,900원 ▲150 +0.72%)처럼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형제간 분쟁이 잦았던 그룹에 비해 LG는 특유의 형제애를 바탕으로 승계가 탈없이 이뤄진 대표적인 기업"이라며 "내부적으로도 무리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룹 주요 계열사에선 구 부회장이 처음으로 주재하는 업적보고회를 계기로 연말 임원인사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CEO 인사는 구 회장이 결정한다는 방침이지만 LG전자와 LG디스플레이 등 주요 계열사를 거친 구 부회장의 날카로운 평가가 임원인사에 적잖은 입김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얘기다.
3분기 실적발표가 이어지면서 계열사뿐 아니라 사업부별로도 이미 온도차가 감지된다. 이날 업적보고회 첫 타자로 나선 LG디스플레이의 경우 1분기 영업이익 1조클럽에 가입하는 등 호실적을 기록한 데다 한상범 부회장의 입지가 탄탄한 만큼 큰 변동은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다만 이르면 다음달 중순 판가름날 것으로 보이는 정부의 중국공장 승인 여부가 변수가 될 수 있다. 이날 산업통상자원부 전기전자전문가위원회 산하 소위원회 3차 회의에선 결론을 내리지 않고 회의에서 나온 의견을 전문위에 올리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LG전자 (92,400원 ▲900 +0.98%) 임원 인사에선 10분기 연속 적자행진 중인 MC(스마트폰)사업부가 초미의 관심사다. MC사업부를 이끄는 조준호 사장이 지난해 인사에선 유임됐지만 올 연말에도 칼바람을 피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전기차 등 자동차전장사업의 핵심 계열사로 거듭난 LG화학 (403,500원 ▼1,500 -0.37%) 등에서 젊은 인재가 발탁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LG 관계자는 "3주 동안의 업적보고회가 마무리되면 11월 말쯤 그룹 인사가 이뤄질 것으로 본다"며 "4차 산업혁명 등 최근 시장을 둘러싼 현안에서 구 부회장이 현장경영을 강조했던 점을 감안하면 이런 가치에 적합한 인사가 단행되지 않겠냐"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