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 만료가 다가오는 증권사들은 줄잡아 10여 곳에 달한다. 윤경은·전병조 KB증권 사장이 12월 말 임기가 끝나고 윤용암 삼성증권 사장은 내년 1월 임기가 마무리된다. 유상호 한국투자증권 사장 임기는 내년 2월이고, 김원규 NH투자증권 (12,430원 ▲30 +0.24%) 사장과 이진국 하나금융투자 사장은 내년 3월까지다.
오너 체제가 아닌 증권사가 CEO 선임 과정에서 외풍에 시달리는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NH투자증권, KB증권, 하나금융투자, 신한금융투자 등 은행지주 산하 증권사의 경우 지주사 회장이나 은행장 선임이 어떻게 되느냐에 따라 CEO가 움직였다.
물론 이들의 선임이 외풍에 의한 것이라고 단정지을 수는 없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요즘 같은 세상에 대놓고 낙하산 CEO는 있을 수 없다"면서도 “증권사나 금융지주가 알아서 ‘정권 코드 맞추기’에 나선 것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낙하산 포비아(공포증)’가 번지는 것은 증권사, 더 나아가 한국 금융회사들의 취약한 지배구조를 보여주는 단면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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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시장연구원 연구에 따르면 1~3년차 증권사 CEO에 비해 3년차 이후 CEO의 성과가 높았다. 2001년부터 2016년까지 71개사, 179명의 CEO 자료를 대상으로 재임 기간의 현황과 경영성과, 경영활동간 관계를 분석한 결과다.
자기만의 경영 노력이 성과를 내려면 1, 2년 가지고는 힘들다는 설명이다. 특히 증권사 수익구조는 위탁매매(브로커리지) 중심에서 IB(투자은행)로 빠르게 바뀌고 있다. 여기에 대응하려면 중장기 전략과 투자가 필수적이다.
대표적인 여의도 장수 CEO 중 한 명인 유상호 한국투자증권 사장이 내년 초 12연임에 도전한다. 증권가에서 원하는 것은 ‘실력 있는 CEO가 오래 살아남는 것’ 단 하나다. ‘제2의 유상호’가 많이 나오려면 낙하산 경계령부터 풀어져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