亞랠리 속 홀로 힘빠진 '말레이시아'…외국인 투자자들 '굿바이'

머니투데이 신혜리 기자 2017.10.24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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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주간 해외 투자자 대거 이탈…'4409억원'

2017년 말레이시아 KLCI 지수 추이/그래프=월스트리트저널(WSJ)2017년 말레이시아 KLCI 지수 추이/그래프=월스트리트저널(WSJ)


이달 세계 증시는 랠리를 펼쳤다. 특히 일본 닛케이 225지수가 21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아시아 증시의 활약이 눈에 띄었다.

그러나 아시아 투자 유망지역으로 꼽히는 말레이시아는 이 같은 랠리 행진 속에서도 ‘나 홀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3일(현지시간) 동남아 지역 주식 벤치 마크가 지난 9월 중순부터 3% 가까이 하락했다고 전했다. 이 영향으로 말레이시아 주식 인덱스인 ‘KLCI’는 6개월 이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KLCI 지수는 올해 들어 아시아 지역에서 가장 저조한 성과를 보였다.

아시아 투자자들의 ‘메카’로 불리던 말레이시아가 왜 이렇게 됐을까?



WSJ에 따르면 말레이시아에 투자했던 해외 투자자들이 중국과 홍콩 등의 주식시장으로 대거 이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홍콩, 일본 등 타 국가들의 경기 회복세가 눈에 띄고 낙관적인 경제 전망이 잇따라 제기되면서 투자자들이 해당 국가로 몰리고 있다.

실제 말레이시아 올 2분기 경제 성장률은 5.8%로 2년래 최고치를 기록했지만, 말레이시아 증시는 외면받는 모습이다. 같은 기간 MSCI 아시아태평양지수가 30% 정도 오르면서 투자자들이 이 지수에 편입돼있는 한국을 포함한 타 아시아국으로 쏠리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말레이시아는 지난 3년간 중국으로부터 21억달러(2조3400억원)의 투자를 받는 등 싱가포르와 베트남의 투자금액을 제치며 아시아 투자자들을 끌어모았다. 그런데 최근 이 추세가 뒤집어졌다.


말레이시아 증권 거래소의 자료에 따르면 지난 5주간 빠져나간 외국인들의 자금은 3억9100만달러(4409억원) 정도다.

간응펭 아핀 황 자산 운용사 대표는 “지난 5주간 외국인들이 지속해서 말레이시아 주식을 매도했다”면서 “투자자들은 더 많은 기회가 있는 홍콩과 중국으로 이탈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더군다나 KLCI 지수는 올 1분기 조기 총선의 기대감으로 6% 올랐는데, 조기 총선에 대한 여론 조사가 아직 진행되지 않자 2분기 들어 KLCI 지수는 1.4% 상승에 그쳤고 지난 3분기는 되려 0.5% 하락했다.

또, WSJ는 최근 들어 투자자들이 한 회사의 주식을 한꺼번에 팔아치우면서 증시에 부담됐다고 지적했다. 말레이시아 국부펀드 카자나 내쇼날(Khazanah Nasional Bhd.)은지난 7월과 이달 두 번에 걸쳐 말레이시아 2위 은행인 CIMB 그룹 홀딩스 지분을 1% 매각했다. CIMB의 시가총액은 560억달러(63조원)로 KLCI지수에 막대한 영향을 끼친다.

CIMB 지분 매각 전 KLCI 지수는 올 들어 18% 하락했는데 매각 후 이날 기준 KLCI 지수는 올 들어 총 37% 가까이 빠진 것으로 조사됐다.

오는 27일 말레이시아 정부가 내년 예산안을 발표함에 따라 해외 투자자들의 입질이 다시 들어올지 관심사다. TA 증권은 내년 6월 총선을 앞두고 정부의 지출 계획이 확대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보통 정부는 총선을 앞두고 소비자와 기업의 소비 심리가 늘어남에 따라 지출 계획을 함께 늘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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