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헌세력 80%…日 완전한 '군대 보유국' 될까

머니투데이 유희석 기자 2017.10.23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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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권, '자위대' 헌법 명기 가속화 예상…'개헌 반대' 입헌민주 약진 등 부담

개헌세력 80%…日 완전한 '군대 보유국' 될까


일본이 정식 군대를 보유한 ‘보통국가’로 한 발짝 더 다가섰다. “뿌리 깊은 ‘자위대 위헌론’에 종지부를 찍고 싶다”는 아베 총리의 숙원이 이뤄질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커진 것이다.

일본의 제48회 중의원(하원) 선거에서 아베 신조 총리의 자민당이 다시 국민의 신임을 받으면서 자위대 헌법 명시 등 개헌 작업에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희망의 당, 일본유신회 등 개헌에 우호적인 정당까지 포함하면 개헌 찬성세력은 중의원 전체의 80%를 넘는다.



다만 개헌에 반대하는 진보성향의 입헌민주당이 제1야당으로 떠오르고, 헌법개정안이 통과되더라도 국민투표를 거쳐야 하는 등 일본이 실제 '전쟁할 수 있는 나라'가 되기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다.

◇ 자민·공명 연합, 개헌 발의 가능…평화헌법 자위대 명시 가능성 ↑



23일 NHK, 니혼게이자이신문 등에 따르면 전날 시행된 중의원 선거 개표 결과, 자민당은 소선거구에서 218석, 비례대표로 66석 등 총 284석을 얻었다. 공명당은 29석을 확보했다.

자민당과 공명당을 합하면 총 313석으로 개헌 발의에 필요한 전체의 3분의 2(310석)를 넘는다. 중의원에서 310석 이상을 갖게 되면 헌법 개정 발의, 참의원(상원)에서 부결된 법안의 재의결 등을 할 수 있는 막강한 권한을 쥐게 된다.

연립여당이 개헌선을 웃도는 의석을 확보하면서 헌법 개정 작업에 큰 걸림돌이 사라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번 선거 압승으로 "개헌을 위한 국민의 지지를 확인했다"는 명분을 확보한 셈이다. 자민당과 공민당은 지난달 중의원 해산 전에도 헌법 개정안 발의가 가능했지만, 아베 총리의 사학비리 등으로 내각 지지율이 20%대로 추락하는 등 개헌 강행이 부담스러운 상황이었다.


자민당의 이번 승리 배경 중 하나가 북한의 군사적 위협이라는 점도 개헌 작업에 힘을 불어넣을 전망이다. 북한의 위협에 맞서기 위해서라도 일본을 전쟁이 가능한 나라로 만들어야 한다는 논리로, 국민을 설득할 것으로 보인다.

아베 정권이 개정을 추진하는 헌법 9조는 ‘전쟁 포기’(1항)와 ‘군대 보유 포기’(2항)가 골자다. 이 조항 때문에 일본의 자위대 설치가 헌법 위반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일본 보수세력은 애초 1, 2항을 없애고자 했으나 이에 대한 반발이 커 대신 3항을 신설해 자위대의 존재 근거를 명확히 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헌법 9조가 개정되면 한반도 유사시 자위대의 한반도 진입도 가능해진다.

아베 총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자위대 명시 등 헌법 개정에 대해 "공약으로 내건 기본적인 생각에 따라 구체적인 조문을 만들 것"이라며 "이를 국회 헌법심사회에 제출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개헌은 국민투표를 거쳐야 하며, 국민의 이해를 얻기 위한 건설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23일 중의원 선거 승리가 확정 후 기자회견 하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  /AFPBBNews=뉴스123일 중의원 선거 승리가 확정 후 기자회견 하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 /AFPBBNews=뉴스1
◇개헌 반대 입헌민주 제1야당 부담…개헌 반대 여론도 여전히 높아

실제로 개헌이 이뤄지기는 갈 길이 멀다. 우선 연립여당인 공명당이 개헌에 반대한다. 공명당은 평화를 중시하는 종교단체 '소카각카이'(창가학회)에 기반을 둔 정당으로 평화헌법을 고치는데 부정적이다. 야마구치 나츠오 공명당 대표는 "국민의 이해가 뒤따르지 않는다면 (헌법 9조 개정은) 안 된다"고 분명히 말했다.

제1야당인 입헌민주당의 약진도 개헌 세력에는 부담이다. 입헌민주당은 이번에 선거 전보다 3배나 많은 55석을 확보했다. 중의원에서 예산 법안 제출 권한이 주어지는 51석을 넘겼다.

니혼게이자이는 이날 사설에서 "이번 중의원 선거를 한마디로 표현하면 '야당의 자멸'"이라며 "자민당과 공명당이 선거 전과 비슷한 수준의 의석을 확보했지만, 유권자들이 여당이 좋아 선택한 것이라기보다 야당이 너무 못해서 승리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아베 정권이 헌법 개정을 추진하더라도 국민적 저항에 부닥칠 수 있다는 얘기다.

아베가 의회에서 헌법 개정안 발의에 성공해도 국민투표 결과를 예측하기 힘들다. 아직 군대 보유를 명시하는 헌법 개정에 부정적인 여론이 우세하기 때문이다. 보수성향의 요미우리신문이 진행한 지난 10~11일 여론조사에서도 찬성(35%)보다는 반대(42%) 의견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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