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단 신용등급 상향에 '귀해진' 유럽 정크본드

머니투데이 권다희 기자 2017.10.19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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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대기업 '정크'서 '투자적격'으로 상향 임박 줄이어

잇단 신용등급 상향에 '귀해진' 유럽 정크본드


유럽 투기등급 기업 회사채(정크본드) 투자자들의 투자처가 줄고 있다. 유럽 투기등급 기업의 신용등급 상향 조정이 이어지고 있는데, 투자적격등급 기업의 등급 강등은 드물어 정크본드가 감소하고 있어서다.

18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최근 유럽 투기등급 회사들의 신용등급이 투자적격등급으로 올라가며 투기등급 회사채를 투자하는 펀드들의 투자 대상이 눈에 띄게 줄고 있다.



영국계 광산업체 앵글로아메리칸은 지난 8월 말 정크 등급 기업 회사채 가격을 추종하는 ‘뱅크오브아메리카(BOA) 메릴린치 유로 하이일드 채권 지수’ 편입 종목에서 제외됐다. 앵글로 아메리칸의 신용등급이 투자적격으로 상향조정돼 투자적격등급 회사채 지수로 이동한 것이다.

‘정크 탈출’을 앞둔 기업들도 상당하다. 이탈리아 최대 통신회사인 텔레콤 이탈리아의 회사채는 올해 중 투자적격등급 회복이 전망된다. 이미 3대 신용평가사 중 피치가 투자적격등급으로 상향 조정했다. 텔레콤 이탈리아는 BOA 메릴린치 유로 하이일드 채권 지수 구성 종목 중 4.25%를 차지하는 대규모 발행 기업이다.



이밖에 프랑스에 상장된 철강업체 아르셀로미탈, 독일 엘레베이터 기업 티센크루프, 이탈리아 방산업체 레오나르도-핀메카니카 등도 조만간 투자적격등급 회복이 유력하다.

여기에 영국 소매업체 테스코가 개선된 재무구조 등을 이유로 7억 파운드(약 1조 원) 규모의 대규모 채권 바이백(채권 발행자가 시장에서 자사가 발행한 채권을 만기 전에 미리 사는 것) 계획을 발표하면서 유럽 정크본드 기근은 더 심해질 전망이다.

2015년 정크로 강등된 테스코는 BOA 메릴린치 하이일드 파운드 채권 지수 구성 종목 중 두 번째로 큰 5.5%의 비중을 차지한다. FT는 “테스코가 회사채를 시장에서 되사가면 영국 정크본드 시장이 큰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와 반대로, 유럽계 기업 중 투자적격등급에서 투기등급으로 하향이 예상된 기업은 스위스 소재 농업기업 신젠타를 제외하면 거의 없다. 신젠타는 중국 국유 화학회사 켐차이나(중국화공)가 인수하려 했으나 최근 중국 당국이 인수자금을 지원하지 않기로 해 신용등급 하향이 전망된다.

JP모간자산운용의 피터 애스버리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앞으로 6개월간 BOA 메릴린치 하이일드 지수에 편입된 기업 중 최대 8~10%가 빠져나갈 것”이라며 “동시에 제외된 기업을 벌충할 만큼의 투자적격등급 기업 하향은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투기등급 기업들이 채권 대신 대출로 자금을 조달하는 것도 정크본드 감소로 이어졌다. 올해 레버리지론이 기초자산이 되는 대출채권담보부증권(CLO) 발행이 수년 내 최대로 늘어나는 등 대출을 통한 자금 조달이 수월해지면서다.
아자르 후세인 로얄런던자산운용의 글로벌 하이일드 부문 대표는 “올해는 규모 면에서 대출 시장이 채권과 경쟁하고 있다”며 “이전에 볼 수 없던 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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