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다니엘의 몸

박희아 ize 기자 2017.10.18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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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다니엘의 몸


“왜 이렇게 뚫어지게 봐요, 형.” MBC ‘이불 밖은 위험해’에서 보이그룹 워너원의 강다니엘이 엑소 시우민에게 한 말이다. 이날 시우민은 그의 무대를 찾아본 뒤 “퇴폐와 섹시를 동시에 보여준다”며 놀렸고, 강다니엘은 새빨개진 얼굴로 시선을 피했다. ‘피지컬 장인’, ‘어깨 깡패’ 등 신체 부위와 관련된 수식어를 줄줄이 달고 다니는 남성 아이돌이 정작 몸에 대해 이야기를 꺼내자 부끄럼을 타는 모습. 이 장면은 강다니엘이 새로이 자신의 이야기를 시작하는 순간이었다.

현재 강다니엘은 30대와 40대에게까지 인기를 얻고 있다. 그러나 그는 팬덤 안팎에서 칭송받다시피 하는 자신의 ‘몸’을 공개하는 방식에 있어 다소 예상 밖의 모습을 보여준다. 리얼리티 프로그램에 나온 강다니엘은 게임을 하면서 드러난 뱃살이 구겨져도 상관하지 않고, 모양새가 엉망인 토스트와 라면을 잔뜩 만들어 먹는다. 운동을 하며 탄탄한 몸매를 과시하는 대신, 먹고 자고 심지어는 게을러 보이기까지 한 편안한 자세로 침대 위를 뒹굴댄다. “정해진 나만의 공간만 어지럽혔고 설거지도 열심히 했는데 조금 아쉬운 면이 있다”(인스타일)고 말할 정도로 흐트러진 모습 일색이던 이 프로그램에서, 시우민은 그에게 웃으며 말한다. “다니엘 때문에 잘될 거야.” 아이돌 선배의 덕담이기도 한 이 말은, 그가 상대를 즐겁게 만들 줄 아는 해맑은 사람이라는 점을 드러낸다. 실제로 강다니엘이 적극적으로 신체적 장점을 어필하는 순간은 Mnet ‘프로듀스 101 시즌 2’의 미션곡 ‘열어줘’의 허벅지 쓸기를 시연할 때뿐이다. 그에게 있어 ‘열어줘’는 현재의 인기를 가능케 한 본격적인 출발점이므로 결코 소홀히 넘기지 말아야 할 포인트지만, 그 찰나를 벗어나면 강다니엘은 먹고, 자고, 놀고, 웃는 게 전부인 평범한 청년으로 돌아온다. 몸매가 좋은 남자 연예인들이 시시때때로 건장한 몸을 보여주려 하는 것과는 정반대다. 무대 위에서도 그는 1초 남짓한 시간에만 슬쩍 복근을 드러내고, 팔뚝도 절반 정도만 걷어 올린다. 오히려 그가 맨몸을 드러내는 순간은 수영장에서 물놀이를 하거나 태블릿 PC로 게임을 즐기는 사소한 일상이다. 그가 철없는 소년이나 어리바리한 청년의 단편 안에 머물러도 “섹시하다”는 말을 들을 수 있는 까닭이다.



‘이불 밖은 위험해’ 마지막 회에서 강다니엘은 “너무 좋은 프로그램 아니에요?”라고 시우민에게 묻는다. 그 모습을 귀여워하며 웃는 시우민은 이미 알고 있다. 이 또한 바쁜 스케줄의 연장에 불과하다는 것을. 하지만 지금의 강다니엘은 눈앞에서 엑소를 보는 것 자체가 신기한 신인 아이돌이면서, 넘치는 인기 덕분에 오롯이 먹고 마시는 날이 아쉬운 22세 청년이기도 하다. 그래서 그는 일상에 끼어든 휴식을 즐기며 자기 몸의 장점과 허점을 노출할 수 있었다. 스스럼없어 좋고, 동시에 조금 짠해 보이기도 하는 일이다. 덕분에 살짝 기운을 잃은 눈웃음마저도 그의 인기에 한몫하고 있는 것 같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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