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양균·김동연·유영민 방식?' 세갈래 길앞에 놓인 '혁신성장'

머니투데이 정진우 , 워싱턴DC(미국)= 박경담 기자 2017.10.16 0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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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간판없는 혁신성장]②"산업현장에 적용할 구체적 정책... 뚝심있게 밀고 나가야"

'변양균·김동연·유영민 방식?' 세갈래 길앞에 놓인 '혁신성장'


# 혁신(革新)의 ‘혁’(革)은 가죽을 뜻한다. ‘가죽을 새롭게 만든다’는 건데 뼈를 깎는 고통으로 익숙한 것과 결별하는 것을 말한다. 문재인 정부의 혁신 성장을 둘러싸고 나오는 잡음도 바로 혁신의 뜻 때문이다. 혁신 성장이 새로운 성장전략으로 읽히지만, "도대체 혁신성장의 정체가 뭐냐?"는 등 전혀 새롭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청와대는 최근 이런 논란을 의식해 “구체적인 정책들이 나오면 ‘이런 게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는 혁신성장이다’하는 걸 알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손에 잡히거나 눈에 보이는 것이 없는 만큼 궁금증만 커진다.

◇혁신성장의 세 갈래 길?= 학계와 정치권은 현재 문재인 정부의 혁신성장이 △변양균(슘페터)식 혁신 △기획재정부 주도 정책 △과학기술계 방식 등 세 갈래로 나눠지는 길 앞에 서 있다고 본다.



노무현 정부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청와대에서 함께 일한 변양균 전 청와대 정책실장이 강조한 ‘슘페터식 성장정책’이 첫 번째 방향으로 꼽힌다. 변 전 실장 인맥이 청와대와 경제부처에 임명되면서 변 전 실장의 ‘혁신 성장’ 구상이 구체화되는 것 아니냐는 시각이다. 변 전 실장은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 펴낸 '경제철학의 전환'을 통해 혁신성장의 방향을 피력했다.

성장 잠재력을 키울 수 있는 과감한 구조개혁이 핵심이다. 기업가가 ‘파괴적 혁신’을 할 수 있는 경제 환경을 국가가 나서서 조성하는 데 방점을 찍었다. 각 경제주체가 창의와 혁신, 기업가 정신을 발휘할 수 있는 경제 인프라를 구축해야 우리 경제의 구조적 경쟁력이 강화된다는 것이다. 슘페터식 정책은 규제 완화와 노동시장 개혁 등 공급 측면의 혁신을 강조하는 신자유주의적 개혁으로 분류된다.



두 번째는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이 주도하는 정책들이다. 기재부는 매 정권때마다 혁신 전략을 짰다. 가장 최근에 내놓은 건 지난 2014년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이다. 이 계획의 두 번째 카테고리가 ‘역동적인 혁신경제’였다. 이른바 창조경제의 큰 틀에서 다뤄졌지만 기재부 관료들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본다. 골자는 규제 개선이다.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G20(주요20개국) 재무장관회의와 IMF(국제통화기금)·WB(세계은행) 연차총회에 참석한 김 부총리는 13일(현지시각) 기자간담회에서 이를 명확히 했다. 그는 “혁신 성장 정책은 재정·세제 지원도 필요하지만, 규제개혁 등 제도 측면이 중요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창업·벤처 기업, 중소기업뿐 아니라 대기업도 (혁신성장의) 중요한 축"이라며 "그동안 상대적으로 적었던 대기업에 대한 메시지를 많이 보내겠다"고 강조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장관 유영민)와 4차 산업혁명위원회(위원장 장병규)가 주도하는 벤처·창업 정책 등은 혁신성장의 세 번째 길이다. 과기정통부 등은 미래 먹거리의 핵심이면서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인 4차 산업혁명 관련 정책을 주도한다. 4차 산업혁명을 기회로 만들어 자유로운 창업, 공정한 경쟁을 통해 성장하는 '혁신 친화적 창업국가'가 골자다.


이는 중소·벤처기업의 창의적 아이디어가 국가경제 전반의 활력소로 작용해 새로운 일자리와 소득을 창출하는 걸 의미한다. 국민 생활과 사회 전반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비전이다. 국가 지원을 통한 혁신 성장의 과실을 대기업이 독점하지 않고, 중소·벤처기업에 고르게 배분한다는 구상도 포함됐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은 “혁신성장은 우리나라의 미래 먹거리 창출전략이자, 국가경쟁력 강화방안, 민간 일자리 창출의 핵심 전략”이라며 “한치도 미룰 수 없고, 국가 역량을 집중해야한다”고 말했다.

◇“혁신의 의미를 담은 간판 전략 필요”= 전문가들은 4차 산업혁명시대 산업발전을 선도할 고부가가치와 양질의 일자리를 담은 현장형 구체적 정책이 혁신성장의 간판 역할을 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정책이 모호해 개념 정의 등 특정 프레임에 휩싸이면 ‘창조 경제’처럼 정권 내 논란만 끌다가 아무 성과도 없다는 이유에서다.

유병규 산업연구원장은 “혁신의 의미를 제대로 담은 간판 전략을 정하고, 산업현장에서 구체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정책을 찾아야한다”며 “제조업과 4차산업혁명 신기술 융합, 중소벤처기업 성장 생태계 형성, 부품소재산업 경쟁력 강화, 지역특화 산업성장 체제 구축, 국가R&D 시스템 생산성 등처럼 구체적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혁신성장을 지속적으로 끌고 갈 수 있는 강한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좌우 이념이나 보수와 진보의 갈등 구도를 떠나 미래 비전을 제시하는 추진력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혁신성장은 과거의 성장 정책들과 단절이 아니고 축적, 연속, 조합을 기반으로 그 연장선에 있다는 것을 받아들여야 실제 성과가 나타난다는 게 전문가들의 생각이다.

이우영 한국폴리텍대 이사장은 “혁신성장의 핵심은 성과가 나타날 정책을 끝까지 끌고 갈 수 있는 정책 컨트롤타워의 리더십”이라며 “정치적 논쟁을 배제하고, 산업현장에서 원하는 정책을 뚝심있게 밀고가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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