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청 국정감사 총평
전직 경찰이었던 권은희 국민의당 간사는 화려한 화법은 구사하지 않았지만, 자신이 직접 느꼈던 경찰의 공정성에 대한 문제를 논리적으로 제기했다. 그는 경찰의 오랜 숙제인 수사권 독립 문제를 정곡으로 찔렀다. 말로만 당위성을 주장한 게 아니라 자신이 당했던 수사 외압 사건과 비슷한 유형의 외압 사건을 찾아냈다. 이에 관계된 수사 지휘자를 국감장에 증인으로 세웠다. 결국 이철성 경찰청장으로부터 "수사 외압 사례를 조사해보고 반드시 시정하겠다"는 약속을 받아냈다.
그러나 이날 행안위는 경찰이 제대로 치안 기능을 하는지보다 내내 해묵은 좌우 논리에 갇혀 여야간 '아무말 대잔치'만 이어졌다. 장제원 자유한국당 의원이 대표적이다. 그는 지난 6월 출범한 경찰개혁위원회가 '정치 편향'이라면서 본인 스스로 국감을 하루 종일 정치 공방으로 몰고 갔다. 첫 발언부터 여당 의원들 심기를 긁어 싸움을 자처했다.
표창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장 의원과 설전을 벌이며 도발에 휘말렸다. 국감 초반 2012년 형법 개정 취지와 경찰 내부 성비위 사건 처리 방식이 맞지 않다는 허점을 잘 지적해 냈지만 이후 좌우 이념 논쟁의 선두에 서며 소중한 발언 시간을 까먹었다. 국감 말미에는 심지어 '매카시즘(반공주의)'이라는 말까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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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영철 바른정당 의원은 정치 공방에 숟가락을 얹으며 뜬금없이 논점을 이철성 경찰청장 거취 문제로 돌렸다. 박근혜 정부 때 임명된 이 청장은 '문재인 정부 들어 살아남은 유일한 구 정부 인사'라는 상징성을 가진다.
비교적 중립을 지키며 공방을 중재해야 할 위원장도 정치 공방에서 자유롭지 않아 아쉬웠다. 한국당 소속의 유재중 행안위원장은 다른 한국당 의원들이 경찰개혁위원회 운영 문제를 두고 관련 증인과 자료가 제출될 때까지 국감을 거부하겠다는 의사를 결국 받아 회의를 중단시켰다.
이날 오후 재개된 회의는 여야 할 것 없이 다소 산만했다. 전날 감사 때보다 자리를 들락날락 하는 의원이 많았다. 김영호 의원은 오후 질의 중에 갑자기 가방까지 들고 어딘가 나가 자리를 오래 비웠다. 오후 2시 급작스레 재개된 회의에도 다른 의원들이 모두 참석한 가운데 소병훈 의원은 30분 넘게 지각했다. 이 때문에 미제사건 전담팀 인력 확충과 경찰의 신변보호 서비스 등 치안 관련 좋은 질의를 많이 했음에도 점수를 깎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