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른자 땅에 '도서관' 지은 구청장

머니투데이 이미호 기자, 김경환 기자 2017.10.16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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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박홍섭 청장, 마포중앙도서관 31일 개관…"어린이·청소년 교육 최적화"

박홍섭 마포구청장 박홍섭 마포구청장


서울시 25개 자치구 가운데 올해 '땅값 상승률'이 가장 높은 곳은 어딜까. 홍대 상권이 상수, 합정, 망원, 연남동으로 확장되고 경의선철도 공원화 등으로 거주 여건이 획기적으로 개선되고 있는 마포구다.

이 '비싼 동네'의 노른자위 땅인 옛 마포구청 부지에 도서관을 세운다고 하자 반대의 목소리가 높았다. "호텔을 짓자", "복합쇼핑몰과 대형마트를 들이자", "병원을 유치하자" 등 의견이 쏟아졌지만 박홍섭 마포구청장(75)은 "책에 미래가 있다"는 신념을 믿었다.



빈부격차가 교육격차로 이어지고 '가난의 대물림'이 현실이 되는 현상을 보면서 박 구청장은 적어도 마포구 아이들에게는 책을 통해 평등한 교육 기회를 제공하고 싶었다. 오는 31일 완공되는 마포중앙도서관은 그의 '오래된 꿈'이다.

박 구청장은 "구청 예산의 절반은 복지비로 나가는데 주로 보육비와 노인연금"이라며 "청년을 돕고 싶지만 한 두 푼 갖고는 쉽지 않다. '젊은이들을 지원하기 어렵다면 청소년, 어린이들을 돕자'는 판단에 도서관을 짓게 됐다"고 운을 뗐다. 저출산 고령화 사회에서 아이들을 경쟁력 있는 인재로 키워내지 못하면 가정·지역사회·국가에 희망이 없다는 그의 철학이 반영된 사업이기도 하다.



마포구의 명물로 자리잡게 될 중앙도서관은 구립도서관 가운데 규모가 가장 크다. 연간 운영비만 50억 원에 달한다. 마포중앙도서관은 내부 시설부터 인테리어까지 어린이·청소년에 맞춰져 있다. 도서관 5층은 아예 청소년교육센터로 꾸몄다. 로비에는 대형 세계지도가 깔렸고, 2층 어린이자료실에는 집채 만한 지구본을 설치했다. 아이들에게 글로벌 인식을 넓혀주기 위한 시도다.

지상 2층은 어린이자료실, IT체험실, 영어교육센터, 화폐전시실로 꾸며졌다. 지상 4층에는 아이돌봄방, 토론방, 소규모강의실이 들어섰다. 또 학부모들을 위한 북 카페도 마련해 편의성을 높였다.

박 구청장은 "우리나라보다 국민 소득이 2배 가량 많은 싱가포르의 슬로건이 '생각하는 국민, 공부하는 정부'"라며 "그만큼 평생 교육을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반면 우리나라는 어른이고 아이고 책을 잘 안 읽는다"며 "그러면서 잘 살기를 바라는 건 넌센스"라고 지적했다.


그는 "책을 보다 친숙하게 접할 수 있도록 마포중앙도서관을 책을 보다가 드러눕기도 하고 커피도 마시고, 편하게 독서를 즐길 수 있는 그런 도서관으로 만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청장은 국내 최초로 책거리(경의선 책거리)를 조성하는 등 유독 책을 강조하는 구정을 펼쳐왔다. 구내 등록 출판사가 3900개에 달했기에 가능한 일이다. 런던, 파리 뿐만 아니라 일본에도 있는데 우리나라에만 책거리가 없다는 사실에 자존심 상해 추진한 일이었다. 책거리 조성은 마포구의 문화 인프라를 한껏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는다.

노른자 땅에 '도서관' 지은 구청장
박 청장은 1940년대 마포에서 태어나 자란 '5대째 마포 토박이'로도 유명하다. 봄에는 조기배, 여름에는 민어배, 가을에는 새우젓을 가득 실은 배가 마포나루(현 마포대교 아래)에 들어오던 풍경이 그의 눈엔 아직도 생생하다.

오는 20일부터 22일까지 열리는 '제10회 마포나루 새우젓축제'는 마포만의 역사와 전통을 살리는 축제로 기획됐다. 황포돛배 입항 재현부터 외국인 김치 담그기, 새우젓 경매체험 등 다양한 행사가 시민들의 눈길을 사로잡을 예정이다.

그는 "지난해에는 역대 최다인 65만명이 참가해 모든 구청 직원들이 3일간 축제 일만 해야 할 정도로 성황을 이뤘다"며 "지역 상권활성화에도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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