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시 신 회장의 국정감사 출석은 10대 그룹 총수 중 처음이란 점에서도 관심을 모았다. 그동안 다른 대기업 총수들은 국회에서 부르면 출장, 와병 등의 사유를 만들어 불참하면 그만이었다. 의원들에게 야단을 좀 맞고 때로 국회법에 따른 처벌을 받기도 하지만 대관 담당자들이 사후적으로 잘 처리하면 큰 문제가 없었다. 한쪽에선 누구를 부르느니 마느니 논쟁을 벌이고, 다른 쪽에선 애초부터 굳이 갈 생각이 없는 기묘한 상황이 반복돼온 셈이다.
그렇다면 언제까지 이렇게 한쪽에선 무더기로 부르고, 다른 편에선 국정감사를 해야지 왜 ‘기업감사’를 하느냐고 따져묻는 상황이 이어질 것인가.
이 때문에 대관 담당자들은 평소에도 여의도를 오가며 친분을 쌓고 민원을 해결해주면서 ‘따뜻한 무관심’을 부르짖는다. 국정감사 시즌이 시작되면 그 횟수와 강도는 당연히 많아지고 커진다.
올해도 고동진 삼성전자 사장, 허진수 GS칼텍스 회장, 권오갑 현대중공업 부회장, 이상운 효성 부회장, 장동현 SK 사장, 황창규 KT 회장, 박정호 SK텔레콤 사장, 함영준 오뚜기 회장, 이해진 네이버 전 의장, 김범수 카카오 의장 등 재계 CEO(최고경영자)가 줄줄이 국감에 불려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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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례만 놓고 보면 크게 사고를 친 일부 기업을 제외하곤 굳이 출석을 기피하거나 두려워할 필요가 없어 보인다. 수준 낮은 질문에 최대한 공손한 자세로, 최대한 간략하게 추상적으로 답하거나 눈만 멀뚱멀뚱 뜨고 있다가 돌아오면 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재계 대관 담당 임원들은 여전히 입이 바짝바짝 마른다. 여론에 민감한 의원님들이 언제부터인가 국정과 기업경영을 같이 묶어 들여다보기 시작하고 인터넷 여론까지 득세하면서 질문도, 댓글도 말초적으로 흐르는 양상이다. 2년 전 신 회장의 한국어 실력이 화제가 됐듯이 자칫 실수라도 하면 핵심 국정이슈와는 상관없는 엉뚱한 이슈의 주인공이 되지 않을까 두려운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