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후 아기의 몸값을 요구하는 편지가 도착했다. 린드버그는 유괴범의 메신저를 자처한 남성에게 5만달러를 건넸다. 그러나 아기는 돌려받지 못했다. 실종 72일 뒤 아기의 시신이 발견됐다. 린드버그 저택에서 약 3km 떨어진 곳이었다. 린드버그와 아내는 자신의 아이임을 확인했다. 시신은 하루 만에 화장됐다. 유괴사건 수사는 살인사건 수사로 전환됐다.
경찰이 용의자를 특정한 건 사건 후 2년이 지난 뒤였다. 뉴욕에 살던 독일 이민자 브루노 하웁트만이었다. 린드버그가 남성에게 건넨 5만달러의 지폐 일련번호를 경찰이 무작위 추적한 결과였다. 하웁트만은 그 돈이 친구가 독일로 돌아가면서 남긴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결국 유죄 판결과 함께 사형 선고를 받았다.
공범의 정체도 끝내 밝혀지지 않았다. 그러나 하웁트만이 전기의자에 앉아 숨을 거둔 순간 모든 진실은 묻혔다. 역사상 가장 유명한 유괴·살인사건은 이렇게 영원한 미스터리로 남게 됐다.
불완전한 진실은 상상력을 자극한다. 이 사건은 존 F. 케네디 암살사건 못지 않게 음모론의 단골소재로 오늘날까지 회자되고 있다. 동시에 과거 미국 경찰의 수사력이 얼마나 부실했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로도 거론된다. 80여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하웁트만은 진범이 아니라 억울한 누명을 쓴 희생자일 뿐이라는 주장이 나온다. 이처럼 진실이 말끔하게 드러나지 않은 '미제' 아닌 '미제' 사건은 수사기관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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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故) 김광석의 죽음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21년 전 묻혔던 진실이 미스터리가 돼 돌아왔다. 다큐멘터리 영화 '김광석'이 저널리즘의 금도를 넘어섰는지에 대한 논란은 차치하고, 이 영화가 대중의 상상력이란 뇌관을 건드리고 말았다는 사실은 부인하기 어렵다. 김광석의 죽음은 이미 온갖 음모론의 대상이 되고 말았다.
당시 김광석의 죽음을 자살로 단정했던 경찰로선 당혹스러울 터다. 이미 공소시효도 끝난 뒤다. 2015년 이른바 '태완이법'으로 살인사건의 공소시효가 폐지됐지만 이 사건은 해당이 안 된다. 법 시행 전에 공소시효가 만료돼서다. 이를 소급 적용하는 이른바 '김광석법'이 국회에서 발의됐지만 위헌 소지가 커 통과 가능성은 희박하다. 설령 타살 혹은 자살방조 혐의가 발견되더라도 처벌은 사실상 불가능한 셈이다.
처벌할 수 없다고 이미 들쑤셔진 사건을 마냥 덮어둬야만 하는 건 아니다. 덮는다고 덮일 일도 아니다. 끊이지 않는 음모론은 경찰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진다. 차라리 경찰이 재조사를 통해 진실을 깔끔하게 밝히고 멍에를 벗는 건 어떨까? '마녀사냥'의 희생자라고 주장하는 고인의 아내도 죄가 없다면 그걸 바랄 터다. 린드버그 사건에서 보듯 불완전한 진실은 상상력을 자극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