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행 시인 '어금니 아빠', 왜 죽였나 묻자 "죄송해"

머니투데이 방윤영 기자 2017.10.10 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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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 이용해 유인·수면제 먹여, 이날 병원서 퇴원해 유치장 입감…범행동기, 아직 몰라

중학생 딸의 친구를 살해하고 야산에 유기한 혐의로 구속된 이모씨(35)가 10일 오전 피의자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중랑경찰서로 향하고 있다./사진=뉴스1중학생 딸의 친구를 살해하고 야산에 유기한 혐의로 구속된 이모씨(35)가 10일 오전 피의자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중랑경찰서로 향하고 있다./사진=뉴스1


서울 여중생 살인 사건의 피의자 이모씨(35·구속)가 딸(14) 친구 살해 혐의를 시인하고 "죄송하다"고 밝혔다.

이씨는 10일 오후 6시 3번째 경찰 조사를 받은 뒤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살해 혐의를 인정했는데 심경 변화가 있었냐"고 묻자 "죄송하다"고 답했다. 이어 "(숨진) 피해자에게 한마디 해달라", "왜 살인했느냐"고 질문하자 재차 "죄송하다"고 말했다.

검거 당시 수면제 과다복용으로 병원 치료를 받던 이씨는 이날 퇴원하고 조사가 끝난 뒤 서울 중랑경찰서 유치장에 입감됐다.



이씨는 이날 경찰 조사에서 살인 혐의를 시인했지만 여전히 범행 동기에 대해서는 입을 열지 않고 있다.

하지만 줄곧 입을 다물던 피의자가 범행 관련 진술을 털어놓으면서 수사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중랑경찰서는 이날 오후 4시30분 중간 수사 결과 발표에서 "이씨가 지난달 30일 딸 친구 A양(14)을 살인했다고 인정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이씨는 딸에게 "A양을 집으로 데리고 오라"고 시켰다. 딸 이양은 A양에게 전화로 서울 중랑구 자신의 집에서 영화를 보고 놀자고 제안했다.

이씨는 A양을 특정해 집으로 초대하라고 시킨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 관계자는 "생전 아내(사망)가 A양과 사이가 좋아 A양을 특정해 데리고 오라고 했다고 이씨가 진술했다"고 말했다.


이양은 A양에게 수면제가 들어 있는 드링크 음료를 건네 잠들게 했다. 이양은 드링크 음료에 수면제가 들어 있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건넸다고 진술했다. 이씨 부녀는 범행 하루 전날 'A양에게 수면제를 주자'고 논의했다고 경찰은 밝혔다.

이후 이양은 아버지 이씨 지시에 따라 이날 오후 3시40분쯤 집에서 혼자 나가 노래방 등에서 시간을 보냈다. 이씨가 오후 7시46분 집 밖으로 나가기까지 약 4시간 동안 A양은 이씨와 둘이 있었다. 이씨는 딸과 함께 오후 8시14분 다시 집으로 들어갔다.

이양은 다시 집으로 돌아왔을 때 A양이 죽어 있었다고 진술했다. 아버지 이씨로부터 "내가 죽였다"는 말도 들었다. 당시 이양이 봤을 때 A양은 옷을 입고 있었다.

이양은 이날 오후 11시쯤 A양 엄마로부터 전화를 받았으나 "A양과 헤어졌다", "어디에 있는지 모른다"고 말했다.

경찰은 이양에 대해 아버지 이씨와 함께 A양 사체를 유기한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할 계획이다.

경찰에 따르면 피해 여중생 A양(14) 부검 결과 혈액에서 수면제 성분이 검출된 것으로 확인됐다. A양 부검 결과 1차 소견에서 끈으로 목을 조른 타살 정황도 나온 만큼 수면제를 먹여 목을 조른 수법에 무게가 실린다.

이씨가 살인 범행을 진술하면서 '범인'은 드러나게 됐지만 여전히 '범행 동기'는 오리무중이다.

이 가운데 이씨가 2011년 지적·정신장애 판정을 받은 것으로 확인돼 향후 수사에 미칠 가능성이 주목된다.

이씨 가족과 지인 등의 말을 종합하면 이씨는 8~9년 전 갑자기 쓰러져 스트레스성 뇌출혈 판정을 받은 뒤 치료를 받던 중 장애 판정을 받았다.

경찰 관계자는 "피의자 집에 가서 보니까 그게(지적장애로 등록된 것) 있더라"며 "구청에서 등록해 발급받은 건지 확인 중"이라고 밝혔다.

이씨는 지난달 30일 자신의 딸과 초등학교 동창인 A양을 서울 중랑구 자택에서 살해한 뒤 강원도 영월 야산에 유기한 혐의를 받는다. 이달 3일부터는 은신처인 서울 도봉구 한 주택에서 지내다가 5일 경찰에 검거됐다. 검거 당시 이씨 부녀는 수면제 과다 복용으로 의식을 잃은 채 쓰러져 있었다.

이씨는 딸과 함께 유서형식의 동영상을 남겨 피해자의 죽음이 '사고'였다고 주장했다. 영상은 정황상 피해 학생의 시신을 유기한 뒤 딸과 동반자살을 시도하기 전 촬영한 것으로 보인다.

이씨는 '어금니 아빠'라는 별칭으로 대중에 알려졌다. 얼굴 뼈가 계속 자라는 희소병 '거대 백악종'을 앓는 딸 치료비를 모금했는데 이때 사용한 별칭이다. 이씨 역시 같은 병을 앓다 치아 중 어금니밖에 남지 않아 이 같은 별명을 사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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