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상장 기업의 '여의도 피하기'

머니투데이 김도윤 기자 2017.09.28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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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중식당에선 점심시간에 깔끔하게 정장을 차려입은 기업인의 프리젠테이션을 자주 볼 수 있다. IPO(기업공개)를 진행하는 기업이 개최한 기자간담회 현장이다.

상장을 준비하는 기업은 오랜 시간 여의도에 머문다. 주관사와 한국거래소, 기관투자자 미팅, 언론 인터뷰 등이 여의도에서 진행되기 때문이다. 본사가 지방인 기업의 경우 IPO 과정에서 대표와 임원, 실무자가 여의도에서 일주일 이상 숙박하는 경우도 흔하다.



이들은 여의도에서 회사의 가치와 매력을 알리기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한다. 공모과정에서 흥행을 이끌어내야 높은 공모가를 손에 쥘 수 있기 때문이다. 높은 공모가를 받아야 조달하는 자금 규모가 커진다. 회사 지분을 보유한 주주의 지분가치도 그만큼 높아진다. 상장하는 기업의 최대주주는 대부분 회사 대표다.

문제는 상장 이후다. 상장 절차가 완료된 뒤 많은 기업이 여의도를 피한다. 기자의 전화를 받지 않는 건 다반사다. 회사 실적이나 주가 변화, 사업 전략 등에 대해 물어보면 '그걸 왜 물어봐?'라는 식으로 대응하기 일쑤다. '주담'(주식담당자)이라 불리는 IR 담당자를 별도로 두지 않는 회사도 있다. 비용으로 생각하거나 아니면 주주의 전화가 귀찮기 때문이다. 주주들은 회사에 대한 궁금증을 어떻게 풀어야 할지 의문이다.



최근에 만난 한 상장사 대표는 "난 주가에 연연하지 않는다"고 당당하게 말했다. 주가에 신경쓰지 않고 사업에만 몰두하는 정직한 기업인이라는 점을 말하고 싶었을 것이다. 물론 회사가 사업을 잘해 주가가 오르면 주주에게도 좋은 일이다. 다만 주가에 연연하지 않는다며 시장과 소통하지 않고 주주를 외면하는 행위가 상장기업의 올바른 행동인지는 생각해볼 일이다.

최근 중국원양자원이 상장폐지됐다. 중국원양자원이 회계법인의 감사의견 거절로 상장폐지 가능성이 불거졌을 때 많은 주주가 '멘붕'에 빠졌다. 중국기업인 중국원양자원은 상장 후 시장과 소통에 소홀했다. 회사 정보에 접근하기 어려웠던 만큼 대다수 주주가 날벼락을 맞았다. 그만큼 상장기업과 시장의 소통은 중요하다.

최근 IPO 간담회에서 받은 한 회사의 대표이사 명함에는 휴대폰 번호가 적혀있지 않았다. 직통번호도 없이 회사 대표번호만 명함을 채웠다. 대표의 발표를 열심히 받아적으면서도 씁쓸함이 남았다.
[기자수첩]상장 기업의 '여의도 피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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