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만든 물건'보다 '잘 읽는 맥락'이 기업의 생존 결정

머니투데이 김고금평 기자 2017.09.30 0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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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끈따끈 새책] '맥락을 팔아라'…아무것도 필요하지 않은 시대의 마케팅

'잘 만든 물건'보다 '잘 읽는 맥락'이 기업의 생존 결정


풍요로운 시대, 소비자들은 더 이상 새 물건을 구입할 생각도 기존 물건을 교체할 의향도 없다. 디지털에 친숙한 세대, ‘액티브 시니어’로 대표되는 장년 소비층, 브랜드 너머의 가치가 보이지 않으면 움직이지 않는 30, 40대들은 이제 ‘필요를 말하는 브랜드’에 끌리지 않는다. 멋진 이름과 근사한 디자인으로 승부를 걸며 소비자를 유혹했던 기업들이 영문도 모른 채 하락의 길을 걷는 것은 소비자의 구매 본질을 읽지 못해서다.

이제 구매에 중요한 가치는 ‘맥락’이다. 브랜드도 마케팅도 끝난 시대에 성공을 견인하는 것은 단순하지만 본질적인 ‘비오는 날 우산을 내놓는’ 것처럼 맥락을 이해하는 것이다.



새 시대에 걸맞은 새로운 맥락이란 무엇일까. 지금 소비자는 돈으로 직접 사는 구매 방식에 매력을 느끼지 못한다. 드라마 캐릭터들이 헬스 트레이닝을 도와주는 동영상 플랫폼 넷플릭스의 MP3 플레이어 서비스나 레이디 가가, 리한나 등 세계적 뮤지션들을 만나기 위해 4시간 동안 봉사활동을 해야 하는 락코프스의 서비스들이 고객의 소비를 자극한다. 고객은 돈으로 얻을 수 없는 그 이상의 상품과 경험을 원한다.

새우깡 티셔츠, 초코파이 에코백, YG엔터테인먼트의 ‘삼거리 포차’ 같은 융합 상품이 보여주는 서비스는 시·청·미각을 동시에 즐기는 데 익숙한 세대들의 기호를 제대로 읽는 맥락의 연장선상이다.



온라인이 지겨워 다시 오프라인 매장을 찾고, 새벽 두 시 홈쇼핑에서 드론을 사고, 영화를 보며 굴 요리를 먹기 원하는 고객의 마음을 읽는 것은 거역할 수 없는 마케팅의 새로운 전략인 셈이다. 저자는 “지금 고객에게 의미 있는 소비는 새로운 연결을 만드는 소비로, 마케터는 맥락의 설계자가 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무엇보다 개인의 취향과 의견이 하나의 미디어가 되는 시대, 모든 것이 콘텐츠로 존재하는 시대, 종잡을 수 없을 만큼 변덕이 심한 소비자 시대에 브랜드는 고객을 즐겁게 해주는 교감의 콘텐츠로서 연결을 만드는 구심점이 돼야 한다는 게 저자들의 설명이다.

아마존은 오직 ‘고객 우선’이라는 맥락 위에서 방대한 사업에도 길을 잃지 않고 존재하고 테슬라는 ‘지속가능한 에너지’라는 맥락을 통해 탄탄한 사회적 동의를 얻어 전기자동차 사업을 전개한다. 샤오미는 ‘고객을 친구로’라는 참여형 소비를 브랜드의 맥락으로 이념화했다.


집단에서 개인으로 삶의 주체가 변화하면서 구매에서 고객의 주된 관심은 가족의 미래보다 나의 현재, 소비보다 의미, 소유보다 경험으로 변했다. 고객은 그렇게 완벽하다 싶을 때 혁신을 원하고, 혁신으로 만족하던 현재를 어느 순간 불편한 과거로 여긴다.

저자는 “고객 경험 혁신은 마케팅의 가장 강력한 무기로 떠올랐다”며 “고객의 맥락을 읽지 못하는 브랜드는 생존이 불가능한 시대가 됐다”고 말했다.

◇맥락을 팔아라=정지원, 유지은, 원충열 지음. 미래의창 펴냄. 312쪽/1만7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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