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中에 초대형컨선 수주 뺏긴 韓조선업..거센 도전 전망

머니투데이 강기준 기자 2017.09.26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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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저 바람탄 日 대형 도크 물량 채우기 나서..中 정부 지원 업고 저가 경쟁

삼성중공업이 건조한 2만150TEU급 세계 최대 컨테이너선 MOL TRIUMPH 호/사진제공=삼성중공업삼성중공업이 건조한 2만150TEU급 세계 최대 컨테이너선 MOL TRIUMPH 호/사진제공=삼성중공업


국내 조선 '빅3'가 초대형 컨테이너선 시장에서 거센 도전을 받을 전망이다. 그동안 고부가가치선박 영역으로 여겨지며 독보적 위치를 점유했지만 중국과 일본이 턱밑까지 추격을 시작하면서 내년부터는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일본은 초대형 컨테이선용 도크를 짓고 자국 발주 물량 확보에 나서고 있으며, 중국은 정부의 자금지원을 등에 업고 싼 가격을 무기로 내세우고 있다.



25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일본 이마바리조선소는 지난주 초대형 도크를 완공하고 처음으로 2만TEU급((1TEU=20피트 길이 컨테이너 1개) 컨테이너선 건조에 들어간다. 우선 2015년 자국 해운선사(2만TEU)와 세계 6위 규모의 대만 에버그린으로부터 수주한 1만8000TEU급 컨테이너선이 건조 대상이다.

앞서 삼성중공업 (9,850원 ▲380 +4.01%)은 2015년초 처음으로 일본 선사인 'MOL(Mitsui OSK Lines)'로부터 2만TEU급 초대형 컨테이너선 4척을 수주하기도 했는데, 이번에 일본이 초대형컨테이너선용 도크를 건조하면서 일본 수주는 점점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일본 업체들은 2015년 엔저 현상으로 정부가 대규모 자금지원을 해주면서 잇단 수주에 성공하고 있다. 최근에도 일본은행이 경기부양책을 지속하겠다고 밝히면서 달러 대비 엔화가치가 2개월새 최저치를 떨어지는 등 수출 전망이 밝다. 엔저가 지속되면 일본은 수출에서 얻는 이익이 커진다. 일본 조선업계가 정부 지원을 업고 해외 물량 수주에 나설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일본은 자국 발주 물량 비중도 높은 편이다. 영국의 해양조사기관 클락슨에 따르면 지난달 일본 선주의 자국 발주 비중은 64%에 달한다. 중국(87%)보단 낮지만 한국(55%)이 비해선 높은 수준이다.

중국은 지난달 현대중공업 (129,000원 ▲1,700 +1.34%)을 제치고 프랑스 해운사 CMA CGM이 발주한 세계 최대 규모의 컨테이선(2만2000TEU) 9척(옵션 3척 포함)을 수주하면서, 해외 선주 마케팅에 적극 활용하고 있다. 업계에선 수주금액이 14억4000만달러(약 1조6000억원) 규모로 추정한다.


중국은 그간 자국 발주 물량을 수주해 1만8000TEU급 컨테이너선을 건조한 경험은 있지만 해외에서 초대형 컨테이너선을 수주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현대중공업과는 척당 100억원, 총 1000억원의 가격 차이로 수주에 성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벙커C유와 LNG(액화천연가스)를 사용하는 이중연료 시스템이 옵션이어서 한국이 수주할 가능성이 매우 높았던 사안이라 조선업계 충격이 컸다.

중국의 경우 정부가 선주들에 자금조달을 100% 책임져주고 있는데다 CMA CGM이 중국 해운사와 같은 해운동맹에 속한 것도 수주에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이제는 쉽게 말해 고객이 삼성 갤럭시폰이냐, 중국 샤오미폰이냐 옵션을 놓고 고민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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