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세점들, '高임대료' 인천공항보다 인터넷서 더 팔았다

머니투데이 송지유 기자, 박진영 기자 2017.09.25 04:15
글자크기

작년 인천공항 면세점 총매출 2.3조, 인터넷면세점(2.4조) 보다 적어…"비싼 공항서 누가 사나" 유통 패러다임 변화

-시내면세점수 증가 접근성 용이, 저렴한 인터넷면세점 이용하는 쇼핑객 늘어
-국내 면세점 시장 규모 2011년 5.4조→2016년 12.6조, 5년새 2배 이상 성장
-출국장 면세점 매출은 35% 증가 그쳐…높은 임대료 골머리, 低효율 채널로 전락

인천국제공항 출국장 면세점 전경/사진=뉴시스인천국제공항 출국장 면세점 전경/사진=뉴시스


최근 인천국제공항공사와 연 1조원대 임대료 갈등을 겪고 있는 면세업계가 인천공항보다 인터넷에서 더 많은 매출을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과거 공항면세점에서 출국 직전 제품을 샀던 소비자들이 시내면세점은 물론 인터넷면세점(모바일 포함)에서 미리 쇼핑하는 유통 패러다임의 대전환이 본격화됐기 때문이다. 서울지역 시내면세점 수가 증가한데다 제품 가격이 저렴한 인터넷면세점까지 자리를 잡으면서 공항면세점의 경쟁력이 급격히 약화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2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인천공항 면세점 총 매출은 2조2938억원으로 면세점 업계 인터넷 매출 합계인 2조3642억원을 밑돌았다. 롯데·신라·신세계 등 '빅3' 면세점 모두 인천공항보다 인터넷 매출이 높았다.

전체 면세점 시장에서 인천공항을 필두로 한 출국장면세점이 차지하는 비중은 점점 낮아지고 있다. 2011년 전체 시장에서 38%에 달했던 출국장면세점 매출 비중은 지난해 22.6%까지 떨어졌다.



5년새 출국장면세점 매출액이 35%(2011년 2조428억원→2016년 2조7741억원) 늘었지만 같은 기간 국내 면세점 시장 규모가 5조3716억원에서 12조2757억원으로 128% 커진 것을 감안하면 높은 임대료에 비해 효율이 떨어지는 유통채널로 전락한 셈이다.

한 면세업체 임원은 "공항에서는 번 돈의 약 40%를 임대료로 냈으니 입점 업체 전체가 손실이 날 수밖에 없다"며 "반면 온라인은 비싼 임대료는 물론 인건비, 시설관리 등 자금부담이 없는 데다 성장성이 커 가장 주목하고 있는 플랫폼"이라고 귀띔했다.
면세점들, '高임대료' 인천공항보다 인터넷서 더 팔았다
실제 2011년 4000억원 남짓했던 면세점 업계 인터넷·모바일 등 온라인 매출은 2014년 약 8000억원, 2015년 1조5000억원으로 급증하더니 지난해 2조3000억원을 훌쩍 뛰어넘었다. 5년간 성장률은 465%로 시장이 6배 가까이 커졌다. 2015년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로 외국인 관광객이 발길을 끊으면서 출국장면세점 매출이 소폭 감소했지만 인터넷면세점은 2배에 달하는 비약적인 성장을 지속했다.

이처럼 공항면세점의 경쟁력이 약화된 것은 서울 등 주요 도시에 시내면세점 수가 늘면서 출국심사, 비행기 탑승 등 시간에 쫓겨 급하게 쇼핑할 필요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면세점 업계 온라인 경쟁이 가속화된 것도 한 요인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과거에는 시내면세점이나 인터넷면세점에서 미리 결제하고 출국할 때 공항 인도장에서 물건을 찾는 개념에 익숙하지 않은 고객이 많았지만 4~5년새 완전히 판도가 달라졌다"며 "특히 영업시간 구애받지 않고 가장 저렴한 가격에 쇼핑할 수 있는 인터넷면세점이 폭발 성장했다"고 설명했다.


직장인 임세정씨(45)도 "해외 출장이나 여행 일정이 잡히면 미리 인터넷면세점에 접속해 할인쿠폰 등을 다운받아 제품을 구매한다"며 "공항 면세점은 같은 제품이라도 가격이 가장 비싼데다 각종 수속이 늦어질 경우 제대로 이용하지 못할 가능성이 커 불안하다"고 말했다.

국내 소비자 뿐 아니라 외국인 관광객들 역시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는 공항면세점을 외면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지난해(2016년 1~12월) 한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 1만2000명을 대상으로 관광 실태조사를 진행한 결과 공항면세점에서 쇼핑을 비율은 23.7%(복수응답 가능)에 불과했다. 공항면세점에서 물건을 구매한 외국인 관광객 비율은 2005년 57.6%로 정점을 찍은 이후 2009년 44.8%, 2011년 30%, 2013년 23.9% 등으로 매년 줄고 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