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결혼하면 100만원 줄게"…약속하고 안주면?

머니투데이 박보희 기자 2017.10.0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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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L] [박보희의 소소한法 이야기]

편집자주 '법'이라면 언제 어떤 이야기를 들어도 멀고 어렵기만 합니다. 하지만 인터넷에서 영화 한 편을 받아 볼 때도, 당장 살 집을 얻을 때도 우리 삶에 법과 관련없는 것은 없죠. '법' 대로 살아가는 누구나 한 번쯤은 궁금했을 생활 속의 소소한 질문들을 알아봅니다.

"너 결혼하면 100만원 줄게"…약속하고 안주면?


가족 친지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추석 연휴입니다. 명절에 미혼남녀들이 가장 많이 들는 얘기는 아마도 "결혼 빨리 하라"가 아닐까요? 특히 결혼적령기를 이른 이들에겐 "결혼만 하면 차를 사주겠다" "결혼하면 축의금으로 100만원을 내겠다"는 공약(?)이 나오기도 하죠.

그런데 잠깐. 친척 간에 농담처럼 오간 이야기지만 진짜 결혼을 할 때 "그때 약속했던 차"나 "그때 약속했던 돈"을 받을 수 있을까요? 그럴 리는 없겠지만 만약 법대로 한다면 어떨까요?



법무법인 바른의 박윤정 변호사는 "원칙적으로는 효력이 있지만 상대방이 그냥 던진 말이라는 것을 알았거나 적어도 알 수 있는 경우에 해당해 무효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습니다.

민법 제107조는 '의사표시는 표의자(말하는 사람)가 진의가 아님을 알았어도 그 효력이 있다. 그러나 상대방이 표의자의 진의가 아니라는 것을 알았거나 이를 알 수 있었을 경우에는 무효로 한다'고 정해두고 있습니다. 친척들 사이 장난으로 건낸 말이지 진짜 줄 생각은 없었다고 알 수 있는 상황이라면 무효가 된다는 거죠.



무엇보다도 전문가들은 구두로 한 계약이기 때문에 받아내기 힘들 것이라 봤는데요. 윤보미 변호사는 "구두로 한 증여계약은 언제든지 해지할 수 있어서 이행 청구를 하기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민법 제555조에 따르면 증여, 즉 돈이나 물품을 주겠다는 의사가 서면으로 표시되지 않은 경우 각 당사자는 이를 해지할 수 있습니다. 말로 약속한 것은 언제든 취소할 수 있다는 애기죠.

그래서 "결혼하면 00을 주겠다"는 얘기를 듣고 정말 결혼할 때 받고 싶다면 '서면'으로 각서나 합의서를 작성해야 합니다. 일단 서면에 이름과 주민등록번호, 주소, 서명 등과 함께 약속 내용을 적는 거죠.

윤 변호사는 "서면으로 증여계약을 체결하면 이행 청구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다만 "증여 행위는 통상 합리성에 대한 고려없이 충동적으로 이뤄질 가능성이 있어 증여 요건 구비 여부 판단을 엄격히 한다는 판례가 있다"며 "서면 등을 제대로 작성해놔야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이렇게 서면으로 계약을 체결했다면, 결혼할 때 약속을 지키지 않았을 경우 "약속한 돈(금품)을 달라"며 약정금 청구 소송을 낼 수도 있습니다. 누군가 "결혼을 하면" "대학에 가면" "아이를 낳으면" 무엇인가 해주겠다고 말을 했다면 종이와 펜을 꺼내 정확하고 엄격하게 서면으로 작성해두는게 어떨까요. 물론 상대방이 정말 그럴 마음이 있을 때 얘기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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