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부그룹 '김남호 체제' 탄력받나?…재계 주목

머니투데이 심재현 기자 2017.09.22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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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근영 신임회장 선임, 2세 승계 안정궤도까지 과도기 성격…동부대우전자 경영권 방어 등 시험대

김남호 동부금융연구소 상무.김남호 동부금융연구소 상무.


김준기 동부그룹 창업주(73)가 여비서 성추행 의혹에 휘말려 급작스럽게 회장직에서 물러나면서 김 회장의 장남인 김남호 동부금융연구소 상무의 '2세 체제'의 조기도래 가능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김 창업주와 친분이 두터운 이근영 전 금융감독원장(80)이 그룹 회장으로 선임됐지만 오너가 아니어서 김 창업주의 후계자인 김 상무와의 측면 지원이 불가피해 보인다.



업계에선 김 상무가 부친의 부재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이 회장의 지원에 힘을 쏟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이 회장이 향후 2세 승계가 안정궤도에 오를 수 있는 징검다리 역할을 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김 상무가 앞으로 동부금융연구소 경영기획 업무 외에 직책을 추가하면서 그룹 내 영향력을 확대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김 상무의 그룹 계열 지분율은 이미 상당히 공고한 상황이다. 사실상 동부그룹의 지주사인 ㈜동부 (1,442원 ▼8 -0.55%)(옛 동부씨엔아이) 지분을 18.6%, 금융 지주사인 동부화재 (93,200원 ▼100 -0.11%) 지분을 9.0% 보유한 최대주주다.



부친인 김 창업주의 ㈜동부 지분율은 12.4%, 동부화재 지분율은 5.9%로 구조조정 자구계획을 실행하는 과정에서 후계 승계 기반이 마련됐다.

㈜동부는 동부하이텍 (43,000원 ▲350 +0.82%)·동부대우전자·동부메탈·동부라이텍 등 제조 계열사를, 동부화재는 동부생명·동부증권 (4,250원 ▲5 +0.12%)·동부캐피탈·동부자산운용·동부저축은행 등 금융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다.

동부그룹은 김 상무의 역할론을 두고 신중한 태도를 보인다. 동부그룹 관계자는 "김 상무가 당분간 금융연구소 경영기획 부문에서 중장기 사업전략을 짜는 역할을 이어갈 것"이라며 "김 상무가 전면에 나서기보다는 이 회장을 중심으로 계열사별로 전문경영인이 자율적으로 책임경영을 한다는 게 회사 방침"이라고 밝혔다.


김 상무가 근무 중인 동부금융연구소는 금융계열사의 핵심 인력이 집중된 조직이다. 그룹 금융 부문의 중장기 경영 전략을 수립하는 역할을 주로 담당한다. 그룹의 주력 사업 부문이 제조업에서 금융으로 전환된 만큼 김 상무가 금융연구소를 포함해 동부화재, 동부생명, 동부증권 등에서 경력을 쌓을 가능성도 높다.

시장에선 1세대 창업주의 퇴진과 2세 경영 본격화가 핵심 계열사 중 하나인 동부대우전자 경영권 수성에 미칠 영향을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김 창업주는 동부대우전자 경영권 방어에 강한 의지를 보여왔지만 사실상 쓸 수 있는 카드를 소진하면서 가용수단이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동부대우전자 지분 45.8%를 보유한 SBI인베스트먼트와 KTB프라이빗에쿼티 등 재무적 투자자(FI)는 동부그룹에 동반매각권 옵션을 행사하면서 제3자 공개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시장 관계자는 "김 상무가 동부대우전자 경영권 방어를 위해 백방으로 뛰었다"며 "그룹 내부 상황이 바뀐 만큼 앞으로 딜이 어떻게 될지는 지켜볼 일"이라고 말했다.

김 상무는 1975년생으로 올해 43세다. 2009년 동부제철 차장으로 입사해 본격적으로 경영수업을 받았다. 대형 제조업이 기업경영의 기초라는 부친의 지론에 따라 당진공장 생산현장에서 근무했다.

미국 웨스트민스터대 경영학과 졸업 당시에는 과체중으로 병역면제 판정을 받았으나, 귀국해 체중을 감량한 후 강원도 인제 포병여단에서 현역 사병으로 군복무를 마쳤다.

그룹 구조조정이 한창이던 2013년 1월 농업 부문 계열사인 동부팜한농(현 팜한농·2016년 LG화학에 매각)으로 옮겼다가 2015년 동부생명으로 이동했고 지난해부터 금융연구소로 출근했다. 올 초부터 소속은 동부화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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