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산업 시대… 헬스케어 지형이 바뀐다"

머니투데이 김지산 기자 2017.09.21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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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회 머니투데이 신약포럼 K-Pharm] "한국은 걸음마 단계, 기회는 열려있다"

(왼쪽부터)이정규 브릿지바이오 대표, 배영우 한국제약바이오협회 R&D 정책위원회 전문위원, 정승수 LG CNS MES팀 부장, 김주영 보건복지부 보건산업진흥과장이 21일 오전 서울 중구 페럼타워에서 열린 '제2회 머니투데이 신약포럼 K-pharm'에서 토론하고 있다./사진=홍봉진 기자(왼쪽부터)이정규 브릿지바이오 대표, 배영우 한국제약바이오협회 R&D 정책위원회 전문위원, 정승수 LG CNS MES팀 부장, 김주영 보건복지부 보건산업진흥과장이 21일 오전 서울 중구 페럼타워에서 열린 '제2회 머니투데이 신약포럼 K-pharm'에서 토론하고 있다./사진=홍봉진 기자


"다국적 제약사들은 인공지능(AI)를 신약개발에 이미 활용하기 시작했다. 우리도 인재를 키우고 제약사들이 공용으로 활용할 수 있는 AI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

청중들은 한국제약바이오협회 연구개발(R&D) 정책위원회 전문위원으로 활동하는 배영우 아이메디신 대표의 발표를 숨죽이고 지켜봤다. 이들의 표정에는 너무나도 빠른 다국적 제약사들의 기술 행보에 부러움과 초조함이 묻어났다.



21일 서울 중구 을지로5길 페럼타워 페럼홀에서 열린 '제2회 머니투데이 신약포럼 K-Pharm-신약개발과 4차산업' 현장. 업계 관계자들과 학계 인사 100여명이 4차산업 시대, 제약·바이오산업의 변화와 발전을 모색하기 위해 모였다.

◇AI로 약을 만드는 시대, 이미 시작됐다 = 포럼은 이정규 브릿지바이오 대표가 좌장으로 마이크를 잡은 가운데 배영우 대표, 정승수 LG CNS MES팀 부장, 김주영 보건복지부 김주영 보건산업진흥과장 등이 △인공지능 신약개발 △제약산업과 스마트팩토리 △4차 산업혁명 시대, 미래 제약산업 육성 방향 등을 주제로 강연했다.



배 대표 발표는 업계 종사자들의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기 충분했다. 배 대표에 따르면 존슨앤존슨, 화이자, 산텐, 머크, 노바티스 등이 AI를 활용해 신약개발을 이미 진행하고 있다. 존슨앤존슨의 경우 베네폴렌트AI(BenevolentAI)라는 인공지능 회사와 연합해 신약 후보물질을 탐색하고 있다. 이런 식으로 화이자는 IBM-Watson과 연역항암제 개발에 나섰다.

배 대표는 "신약 후보물질 탐색은 개발 전 과정에서 비용 중 35%를 차지한다"며 "이때 방대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AI를 활용하면 최적화된 임상환경과 부작용, 작용기전 예측이 용이하고 결국 신약개발 기간 단축 효과로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 기업들의 추격의 발판을 마련하기 위한 첫 번째 과제로 AI와 헬스케어를 접목시켜 산업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인재 양성을 꼽았다. 이에 더해 정부 내지 기업들이 공동으로 출자해 AI 공용 플랫폼을 건설하고 다 함께 활용할 수 있는 인프라를 구축할 것을 제안했다.


◇스마트팩토리, 생산 개념을 바꾸다 = 정승수 부장은 생산현장 관점에서 4차산업을 해석했다. 정 부장은 생산설비 수준을 5단계로 분류해 설명했다. 정 부장에 따르면 생산설비는 △사람이 수기로 입력하고 모니터링 하는 오프라인 △시스템 기반의 온라인 모니터링 △정해진 룰에 따른 자동제어 △알고리즘을 토대로 한 분석자동화/최적화 △자가진단과 처방이 가능한 자율운영 등 5단계로 나뉜다.

그는 "글로벌 제약사들을 통틀어 5단계에 진입한 곳은 거의 없다. 다국적사들은 4단계 정도인데 반도체나 LCD 등 IT(정보기술) 업체들이 5단계인 것과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정 부사장은 한국 제약업의 경우 1단계에서 2단계로 넘어가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시스템을 모니터링 하면서 생산 단계마다 벌어지는 현상을 파악하는 게 2단계 핵심이다.

그는 "국내 여건에서는 2단계를 도입하되 실시간 공정분석이 가능한 수준을 목표로 잡는 게 바람직 하다"며 "3단계로 바로 갈 경우 2단계와 투자비 차이가 거의 없어 과정상 까다로운 점이 있지만 고려해볼만 하다"고 설명했다.

◇팔 걷어붙인 정부, "함께 가자" = 4차산업 시대, 기업의 변화에 정부의 역할론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도 이뤄졌다. 김주영 과장은 보건복지부가 주도하는 보건의료 빅데이터 추진단을 소개했다. 추진단은 2019년까지 빅테이터 플랫폼을 구축하고 2022년까지 서비스 발굴과 데이터셋을 개발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특히 국민건강보험공단과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등 방대한 환자 및 의료기관 데이터를 서비스 개발과 창업 아이템으로 활용하는 방안도 소개했다.

정부를 향한 보다 적극적이고 근본적인 산업의 변화를 주도해달라는 요구도 나왔다. 청중으로 포럼을 지켜본 박한오 바이오니아 대표는 TV 시장을 예로 들며 혁명적인 발상의 전환 필요성을 강조했다.

박 대표는 "과거 브라운관 시장에서 한국은 변방이었지만 여기서 경쟁하지 않고 LCD, OLED 시장을 개척하고 선두를 내주지 않고 있다"며 "제약·바이오 역시 다국적사의 뒤를 쫓기보다는 게임의 양상을 완전히 뒤바꿀 전혀 새로운 시도를 해야 하며 그 앞에 정부가 역할을 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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