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은행, 연내 KT&G 지분 전량 매각 계획 철회

머니투데이 최동수 기자 2017.09.20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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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매각은 힘들 듯…향후 시장 상황 지켜보면서 매각 계획 다시 논의할 계획

기업은행, 연내 KT&G 지분 전량 매각 계획 철회


IBK기업은행이 올해 안에 시가 1조원에 달하는 KT&G 보유지분 전량을 매각하겠다는 계획을 철회했다. 기업은행은 향후 시장 상황을 지켜보면서 지분 매각 여부와 시기를 다시 논의할 계획이다.

기업은행은 20일 오후 이사회를 개최해 올해 말까지 KT&G 보유지분 6.93%, 951만485주를 전량 매각하겠다는 기존 이사회 결정을 철회하기로 결정했다. 기업은행은 2015년 2월 이사회에서 올해 말까지 KT&G 보유지분을 전량을 매각하기로 했다.



올해까지 지분을 매각하지 못하면 내년부터 바젤Ⅲ의 보유주식에 대한 위험가중치가 기존 100%에서 300%로 상향 조정되고 주식 매각 차익도 당기순이익이 아닌 자본으로 반영되기 때문이다.

기업은행은 지난 2월에 보유 중인 이마트 지분 3.4% 전량을 블록딜(시간외 대량매매)로 매각해 456억원 가량의 매각이익을 남겨 KT&G 지분도 조만간 매각할 것으로 관측됐다. KT&G의 주가는 이날 10만4500원으로 마감해 기업은행이 보유한 KT&G 지분 가치는 총 9938억원에 달한다. 이날 가격으로 매각했을 때 매각차익은 7000억원이 넘는다



그럼에도 기업은행 이사회가 이날 기존 매각 계획을 철회한 것은 현실적으로 올해 안에 KT&G 지분 전량 매각이 쉽지 않고 매각을 유보해도 은행의 건전성이 크게 훼손되지 않는다는 판단에서다.

기업은행 한 관계자는 “상장주식 위험가중치 유예기간이 올해 말 종료되면 내년부터 KT&G 보유지분의 위험가중치가 318%로 반영돼 자기자본비율이 당초 올해 말 전망치 대비 약 0.16%포인트 하락할 것으로 추정되지만 이는 충분히 감내할 만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또 “내년부터 매각차익이 당기순이익이 아니라 자본금으로 반영되면 장기적으로 자본적정성과 건전성 등 은행 경영에는 더 도움이 된다고 봤다”고 덧붙였다.

올 상반기 기업은행의 BIS(국제결제은행) 기준 총자본비율은 14.05%로 금융감독원의 권고 수준인 12%를 2%포인트 이상 웃돌았다. 기업은행의 자기자본비율은 지난해 1분기 12.25% 이후 매 분기마다 상승했다. 보통주 자본비율도 10.56%로 금융감독원이 은행에 요구하고 있는 9.5%보다 높다. 기업은행은 KT&G 지분을 보유하면서 매년 300억~350억원의 배당을 받아 총자본비율이 0.01%포인트 상승하는 효과를 누렸다.


기업은행 한 고위관계자는 “올해 말까지 매각 여부를 결정하지 않고 좀더 고민할 수도 있었지만 투자자들의 불확실성을 해소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해 3분기 내에 이사회를 열어 전량 매각 계획 철회를 밝혔다”며 “우선 올해 안으로 KT&G 지분을 매각할 가능성은 크지 않고 앞으로 전량 매각할지 아니면 일부만 매각할지 여러 가능성을 보고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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