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젠더폭력이 뭐죠?…첫 女대통령도 나와"

머니투데이 한지연 기자 2017.09.20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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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한국정치 : 마초에서 여성으로' 토크콘서트에 참여해 인사말하는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사진=뉴스119일 '한국정치 : 마초에서 여성으로' 토크콘서트에 참여해 인사말하는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사진=뉴스1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여성들의 목소리를 듣겠다며 나선 자리에서 "젠더폭력이 선뜻 이해가 안된다"라고 말했다가 "아직 멀었다"는 책망만 받았다.

19일 자유한국당 혁신위원회는 서울시 마포구의 한 카페에서 여성 공감을 위해 '한국정치, 마초에서 여성으로' 토크 콘서트를 개최했다. 이날 행사는 한국당이 취약 지지 계층인 여성들로부터 다양한 의견을 듣고 정책에 반영하기 위해 마련됐다.



홍 대표는 이날 토크콘서트에 참석해 종종 눈을 감고 마치 수면을 취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강월구 강릉원주대 초빙교수가 '성불평등' 상황에 대해 발제하자 홍 대표는 "권력의 불평등으로 인해 생겨나는 폭력을 젠더 폭력이라 한다...."라며 발제안을 보고 읽더니 "젠더 폭력이란 말이 선뜻 이해가 안되는데 어떤 내용인지 예를 들어서 말해달라"고 했다.

또 류석춘 한국당 혁신위원장은 "젠더 폭력은 과거의 일. 요즘 세상에 남성우월적으로, 남자 권력으로 여성을 지배한다는 것은 이미 지나간 이야기"라며 "성평등을 넘어 여성 우월적으로 가지 않았나라는 생각도 든다. 주장이 지나치다"고 반박했다. 이에 여성 참가자들이 "아무도 동의하지 않을 것"이라고 류 위원장의 말을 가로막는 상황도 벌어졌다.



채경옥 한국여기자협회 회장은 "홍 대표가 젠더폭력이 뭐냐고 묻고, 류 위원장이 부연설명하는 것을 보고 '한국당이 아직 멀었다'는 생각이 든다"며 "우리나라의 여성 경제활동 참여율, 대졸여성 경제활동 참여율이 OECD 중 최저"라고 지적했다. 채 회장은 그러면서 "최대 야당의 대표가 이런 문제에 대해 모르겠다고 하는 것 그 자체가 젠더감수성을 키우지 않았다는 증거"라고 강조했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한국정치 : 마초에서 여성으로'를 주제로 열린 자유한국당 혁신위원회 토크콘서트에 참석했다/사진=뉴스1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한국정치 : 마초에서 여성으로'를 주제로 열린 자유한국당 혁신위원회 토크콘서트에 참석했다/사진=뉴스1
홍 대표는 (한국당의)여성 정치참여가 부족하다는 얘기에 "그런 얘기는 좀 서운하다. (그것은) 민주당도 마찬가지"라며 "한국의 모든 정당은 다 그렇다고 이야기하는 게 옳다"고 답했다. 이어 그는 "비록 탄핵당하고 구속됐지만 최초의 여성 대통령을 탄생시켰다"며 한국당(과거 새누리당) 출신인 박근혜 전 대통령을 언급했다.

이에 송영숙 한국여성변호사회 부회장은 "여성 대통령이 나온 뒤 여성계도 굉장히 기대했지만 장차관 등 고위층 등용이 생각보다 많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송 부회장은 "앞으로 우리나라에선 여성 대통령이 나오지 않겠구나하는 엄청난 실망감을 줬다"며 "홍 대표와 류 위원장이 계속 '이미 옛날 얘기 아니냐'고 하는 거 보니 한국당은 아직 멀었다는 데 공감한다"고 말했다.


송 부회장은 다만 "이렇게라도 자리를 만들어 혁신하겠다는 것은 박수를 보내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홍 대표는 이날 2018년 지방선거에서 여성과 청년을 합쳐 50% 공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사실 20%도 안 될 것"이라며 "50%를 목표로 추진한다. 그건 약속한다"고 했다.

또 홍 대표는 자신이 남성우월적 이미지를 가졌다는 말에도 억울해했다. 그는 "내가 집사람 말을 거역해 본 적이 없다. 집사람이 시키는 대로 하고 사는데 경상도 사투리로 하면 말투가 투박하다"며 "경상도에서 별로 문제가 되지 않는 발언을 해도 서울 기준으로는 이상한 발언이 된다"고 해명했다.

한국당이 '마초' 이미지가 강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홍 대표는 참가자들의 비판이 계속되자 불편한 기색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는 "한국당 성토장도 아니고 (참가자들에게) 감정이 그렇게 실려서 토론을 하려니 무슨 말을 하기 그렇다"며 "많은 이야기를 듣고 간다. 여성정책 수립하는 데 많이 참고하도록 하겠다"고 말한 뒤 행사장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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