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얼굴의 美 인플레 회복세…(2)집세 빼면 '제로'

머니투데이 안근모 글로벌모니터 편집장 2017.09.22 0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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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 보이는 경제]

편집자주 말로 잘 설명해 줘도 경제는 좀 어렵습니다. 활자로 읽으면 좀 덜하긴 하죠. 이해가 안 가면 다시 읽어보면 되니까요. 그래프로 보여주는 경제는 좀 더 쉬워집니다. 열 말이 필요 없이 경제의 변화 양상이 눈에 확 띕니다. 친절한 설명까지 곁들인다면 한결 이해하기 편해지겠죠. 그래서 준비했습니다. 눈에 보이는 경제. 국내 유일의 국제경제 전문 분석매체 '글로벌모니터'의 안근모 편집장이 국내외 핵심 경제이슈를 말랑하면서도 날카롭게 풀어드립니다.

/ 자료=Thomson Reuters Datastream, 글로벌모니터/ 자료=Thomson Reuters Datastream, 글로벌모니터


지난달 미국의 근원 소비자물가가 0.2% 이상 올라서 추가 금리 인상 전망이 높아졌다는 소식을 지난 편에 전해드렸죠. 그런데 물가의 물밑 흐름을 따져 보면 그렇게 확신하기도 어려운 형편입니다.

미국 물가지수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항목은 주거비(shelter)입니다. 전체 소비자물가지수의 33.7%를 차지합니다. 이 주거비에는 월세를 의미하는 렌트, 자가에 주거하는 데 따르는 기회비용, 호텔/기숙사 등 외부 숙박비 등의 항목이 들어갑니다. 자가주거비 비중이 전체 소비자물가의 24.6%로 가장 높고, 렌트도 7.9%로 제법 큽니다. 외부 숙박비는 0.9%입니다.



그런데 지난달 비교적 큰 폭으로 반등한 미국 근원 인플레이션의 상당 부분이 이 '주거비'에 의존했습니다. 주거비 물가는 전달보다 0.5% 급등했습니다. 지난 2005년 이후 12년 만에 가장 빠른 상승속도를 기록했습니다.

주거비 중에서 집세가 0.2%에서 0.4%로 상승속도가 빨라졌고, 자가주거비는 0.3%의 높은 오름세를 지속했습니다. 여기에 허리케인 충격이 가세했습니다. 호텔 등 외부숙박비가 사상 최고의 상승률(+4.4%)을 기록했습니다.



물가 오름세를 따질 때 중앙은행들은 근원 인플레이션을 중시합니다. 식품과 에너지 가격은 통화정책과 무관한 경제 외부의 특수요인에 의해 변동하는 경우가 많아 이 항목들을 빼고 보는 겁니다. 그런 측면에서 보면 주거비나 집세도 독립적인 성격이 강합니다. 경기 사정과 무관하게 부동산시장의 국면에 따라 집세가 강하게 오르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그래서 식품과 에너지뿐 아니라 주거비까지 제외해 '근원-근원' 물가상승률을 따로 뽑아 봤습니다. 그 결과는 아래와 같습니다.

미국의 '근원-근원' 인플레이션은 8월 중 전년 같은 달 대비 0.51%로 둔화했습니다. 전달에는 0.62%였습니다. 지난 2003년 9월부터 2004년 1월까지 5개월간을 빼면, 근원-근원 인플레이션이 지금보다 낮았던 적은 통계 역사상 존재하지 않습니다. 미국의 인플레이션은 더욱더 집세 인플레이션에만 의존해 가고 있는 겁니다.
/ 자료=Thomson Reuters Datastream, 글로벌모니터/ 자료=Thomson Reuters Datastream, 글로벌모니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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