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글로벌 플레이어답지 않은 도시바

머니투데이 김성은 기자 2017.09.17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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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플레이어답지 못하다."

최근 메모리사업부 매각을 추진 중인 도시바의 M&A(인수합병) 협상 태도에 대한 업계의 지적이다.

지난 13일 도시바는 SK하이닉스가 포함된 '한미일 연합'을 본격적인 협상에 대한 양해각서(MOU) 체결 대상자로 결정하면서도 이는 법적 구속력이 없어 다른 컨소시엄과의 협상 가능성을 제한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쉽게 말해 '약혼은 당신과 하지만 더 좋은 결혼 상대가 나타난다면 얼마든지 갈아타겠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황당해 보이는 이 매각의 협상 방식이 빈축을 산 것은 도시바가 이미 상대방의 '뒷통수'를 친 전례가 있어서다.

지난 6월 당초 '한미일 연합'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지만 쓰나카와 사토시 도시바 사장이 지난달에 다시 미국 웨스턴디지털(WD) 측 등과도 협상 중이라고 밝혀 인수전을 원점으로 되돌린 게 대표적이다. 당시에도 우선협상자 선정에 법적 구속력이 없다는 대목이 빌미가 됐다.



실제로 이번 13일 이사회가 열리기 하루 전까지도 가장 유력한 후보는 WD 측이었지만 욧카이치 공장 지분율 등을 둘러싸고 협상에 난항을 겪은 것으로 전해졌다. 그 사이 '한미일 연합'이 인수가액을 4조엔 가량 높여 부르고 또 애플을 지원군으로 끌어들이는 등 막판 뒤집기를 시도했다.

이번 매각전이 유독 혼전을 거듭하고 있는 것은 어떻게 해서든 '글로벌 낸드 점유율 2위'의 경쟁력을 갖춘 도시바의 기술유출을 원치 않는 일본 정부의 미련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도시바로선 낸드 호황기를 틈타 몸값을 좀 더 높여보려는 계산도 작용했을 것이다. 여기에 이 모든 물밑작전이 외신 등을 통해 흘러나오면서 경쟁은 더욱 치열해졌다.


본계약은 사흘 뒤인 20일 체결될 것으로 알려졌지만 도시바의 저울질은 막판까지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도시바에 남은 시간은 많지 않다. 내년 3월까지 채무초과 상태를 해소치 않으면 상장폐지라는 최악의 결과를 맞는다. 각국 반독점심사 등에 걸리는 시간을 고려하면 이달 20일이 최종 데드라인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도시바 채권단이 빠른 매각을 종용하는 이유다. 다시 말해 급한 것은 도시바란 얘기다.

도시바가 이런 현실 인식을 바탕으로 '글로벌 플레이어'다운 협상 태도를 보여주길 바란다.
[기자수첩]글로벌 플레이어답지 않은 도시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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