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1일 부산 기장군에 호텔&리조트 단지 '아난티 코브'를 개장한 이만규 에머슨 퍼시픽 대표. 이 대표는 "마을에서 느끼는 아날로그적 감성과 리조트의 색다른 풍경을 동시에 구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사진제공=에머슨퍼시픽
특급호텔들이 마치 문법처럼 마련한 구성 요건이나 소품 배치 등은 이곳에서 찾기 어렵다. 상위 0.1%를 위한 아난티 코브 서울의 고급스러움을 베어 물면서 일반 대중의 욕구를 자극할 문화 콘텐츠를 접목한, 익숙한 듯 낯선 장치들은 이곳의 재방문율을 높이는 원동력이기도 하다.
부산 아난티 코브의 기획부터 마케팅까지 총괄한 이만규(47) 에머슨퍼시픽 대표는 복잡함 속에 숨겨진 매력의 원인으로 ‘마을’과 ‘조합’이라는 두 가지 키워드를 꼽았다.
지금까지 보던 것과 다르다는 것은 화려함이 아닌, 이질의 조합이라는 게 이 대표의 설명이다. “물론 비싼 소품을 들인 것도 있어요. 하지만 화려함을 위한 다르기 위한 다름은 가장 위험하기도 하고 그 의도를 망치기 십상이에요. 그래서 늘 이곳에 가장 잘 어울리는 ‘조합’을 생각하고, 그 조합이 정답이라고 판단되면 ‘이질’도 과감히 투영하려고 했어요.”
실내에 사용된 소파가 가죽과 라탄으로 섞은 이질로 야외 느낌을 구현하거나, 호텔과 리조트 입구에 바다 전망을 가리는 장치들로, 개방감에 대한 호기심을 극대화하는 것 모두 조합의 정의가 만들어 낸 ‘새로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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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아난티 코브의 가장 큰 매력은 천장, 테이블, 화장실 가릴 것 없이 넓은 공간력(다른 곳보다 1m이상)으로 방문객이 자유롭고 여유롭게 움직일 수 있도록 설계했다는 점이다. 이 대표는 이를 “우리가 부린 가장 큰 사치”라고 웃었다.
“솔직히 말씀 드리면, 시작부터 다른 곳과 달라야 한다는 강박도 없고 벤치마킹에 대한 해답도 내놓지 않아요. 그게 우리의 마지막 자존심이죠. 어떤 면에선 글 쓰는 작가랑 비슷하다고 할까요. 창작의 고통, 뼈를 깎는 고통이 매일 매일 찾아와요. 그래서 건물에 스토리라는 생명력을 불어넣으려고 하고, 때론 두려워하지 않고 과감히 밀어붙여요. 고객이 어떻게 생각할까도 솔직히 고려하지 않죠. 취향에 대한 내재적 자신감은 양보할 수 없기 때문이에요.”
이곳은 같은 책방을 만들어도 그냥 지나칠 수 없는 묘한 매력이 숨어있다. 대표적인 문화콘텐츠인 서점 ‘이터널 저니’도 일반 대형서점에서 쉽게 보는 책은 거의 없다. 책의 판형이나 구성도 신선하다. 이 대표는 “무엇을 더 넣을까가 아닌, 무엇을 뺄 수 있을까에 대한 간결의 지혜를 통해 시선을 끄는 방식을 고민했다”고 했다.
입점한 가게들은 월세도 내지 않는다. 임대료는 가게가 버는 차이에 따라 각각 책정된다. 이런 파격 행보는 이익이나 성장만을 고려할 때 마을의 가치가 사라진다는 이 대표의 신념 때문이다.
일주일에 3번 이곳을 찾는다는 이 대표는 오전엔 건물의 동선을 따라 움직이고, 오후엔 식당과 서점 등에서 질과 서비스를 챙긴다. 고객 반응에 만족할 법도 한데, 이 대표는 “고객이 행복해도, 후회스러운 부분이 적지 않다”며 아직 배고픈 열정을 숨기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