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이미지투데이
#중소기업에 다니다 이직을 준비하던 A씨(32)는 최근 공기업 서류 전형에 합격했다. 현 직장에 다니던 1년 전에도 같은 공기업 입사에 도전했으나 서류부터 고배를 마셨다. A씨는 "올해부터 블라인드 채용이 도입돼 서류 전형 결과가 좋게 나온 것 같다"고 말했다.
#취업준비생 B씨(25)는 한 달 과정 60만원인 면접준비 학원에 등록했다. 공기업과 일부 민간기업이 블라인드 채용을 시행하면서 면접 중요도가 커질 거라는 생각에서다. B씨는 "그나마 쌓은 학력, 어학 점수 등 스펙이 무용지물이 될까 불안하다"며 "면접이라도 잘 봐야겠다는 생각에 지푸라기 잡는 심정으로 비싼 학원에 등록했다"고 말했다.
블라인드 채용은 취준생 모두에게 평등한 기회와 공정한 과정을 제공하는 취지로 입사지원서와 면접에서 출신 지역, 출신학교, 어학 점수, 신체적 조건 등을 제외하는 방식이다.
블라인드 채용에 대해 취준생은 대체로 찬성하는 분위기다. 잡코리아가 취준생 977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82.2%가 긍정적이라고 답했다. 또 응답자 중 48.4%가 블라인드 채용이 취업에 유리할 거라고 답했다.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2017 KB굿잡 우수기업 취업박람회'를 찾은 취업준비생들이 참여 부스를 둘러보며 체험하고 있다./ 사진=홍봉진 기자
역차별 논란도 있다. 취준생 D씨(28)는 "주요대 학력과 학점, 1년 넘게 준비해 겨우 따낸 토익 점수가 그나마 차별점인데 내세울 수가 없다"며 "출신 지역, 외모, 가족 관계는 가려지는 게 맞지만 노력으로 얻은 학력과 어학 점수를 제외하는 건 부당하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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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마다 불분명한 채용 기준에 실효성 문제도 지적 받는다. 블라인드 채용 기업 중 100% 블라인드 방식으로 진행하는 곳은 드물다. 신세계그룹은 블라인드 면접을 진행하지만 그에 앞선 1차 서류 전형 단계에서 학력·나이·이력 등을 기재하도록 했다. 마찬가지로 블라인드 면접을 실시하는 국민은행, 신한은행, 우리은행도 지원서에 학교·성별·나이·거주지를 적도록 했다.
잡코리아가 기업 인사 담당자 375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시행한 결과 응답자의 93.1%가 신입사원 채용 시 지원자의 나이를 확인한다고 답했다. 그 이유로는 '기존 직원들과 나이를 비슷하게 맞추기 위해'(59.3%, 복수응답), '조직 위계질서 유지를 위해'(49.3%) 등이 있다. 인사 담당자들은 '블라인드 채용이 도입돼도 나이(57.6%, 복수응답), 학력(56.5%), 거주지(33.6%) 등의 정보는 확인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전문가들은 블라인드 채용이 안착하려면 보다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박한준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연구위원은 "블라인드 채용의 취지는 좋지만 발생 가능한 다양한 잠재적 결과를 예측해 정교한 제도를 세워야 한다"며 "각 기관이 블라인드 채용을 통해 적합한 인력을 선발할 수 있는 역량이 있는지도 점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