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 확대 지배구조위원회(확대위) 의장으로 차기 회장 선임을 주도한 최 이사는 지난 14일 윤종규 현 회장의 사실상 연임 결정을 설명하는 자리에서 했던 말이다. 정부 지분이 전혀없는 완전 민간 금융회사지만 2008년 KB금융지주 출범 후 매번 반복됐던 '낙하산' 인사와 지주 회장과 은행장간 반목과 갈등이 조직문화까지 훼손했다는 진단이다.
확대위는 노조의 윤 회장 연임 반대에도 불구하고 3명의 최종 후보군에 현재 KB금융에 몸담고 있는 내부 인사만 추천해 사실상 윤 회장의 연임을 이끌어 냈다. 이로써 KB금융이 CEO(최고경영자) 트라우마를 극복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평가다. 정치권과 금융당국의 '뒷배' 없이 경영능력과 성과만으로 인정 받은 CEO는 지금까지 KB금융이 거의 누려보지 못한 경험이기 때문이다. 특히 이 과정에서 '관치(官治)'와 '노치(勞治)'를 끊어냈다는 점이 긍정적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후에도 어윤대 회장과 당시 임영록 사장, 이후 1인자가 된 임영록 회장과 이건호 행장의 갈등은 계속됐고 결국 국내 금융권이 가진 후진적 지배구조의 민낯을 내보인 'KB사태'를 초래했다. 열거된 갈등의 당사자들 중 단 한 사람도 KB금융 출신이 없다는 것은 조직원들에게 더 큰 '패배주의'를 안기는 이유가 됐다. 낙하산 인사와 CEO 사이의 갈등이 계속되면서 과거 독보적인 '리딩뱅크'였던 KB금융의 위상도 추락했다.
이번 회장 후보 추천 과정에서도 관치와 노치 우려는 상당했다. 새 정부와 노동계에 인연이 있는 KB금융 출신 외부 인사가 유력 후보로 거론되기도 했다. 또 KB금융 계열사 노조협의회(KB노협)가 '회장 선임 절차 중단 요구→윤 회장 연임 찬·반 설문→연임 반대→경찰 고발' 등으로 갈등 수위를 높이면서 '윤 회장의 연임이 어려울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KB금융 이사회는 외부의 각종 소음에 흔들리지 않고 '흔들기'에도 "안정적인 성장"에 무게를 두고 윤 회장을 포함한 내부 인사를 최종 후보군으로 선택했다. 이에대해 최 이사는 "외부 후보와 내부 후보간 점수차가 컸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선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의 추천을 받은 김유니스경희 사외이사,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의 추천을 받은 이병남 사외이사를 두고 '친정부 인사를 밀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기도 됐지만 기우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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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회장의 연임으로 내부 출신 중심의 경영승계구조 정착이 시작되면서 KB금융의 '호시절'은 계속될 이란 예상이 나온다. 최 이사는 "이사회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앞으로 계속 안정적인 지배구조 시스템이 작동하는 것"이라며 "이번 이사회뿐만 아니라 전임 사외이사들도 이를 위해 노력했지만 실질적인 시스템이 작동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한편, 윤 회장 15일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이사회 결정을 존중하고 경의를 표한다"거 말했다. 노조의 '반대' 목소리에 대해서는 "직원들과 소통하고 공유하려 노력했지만 정성이 부족했다"며 "대화 창구는 늘 열려 있어야 한다"고 대화 의지를 피력했다. 반면 KB노협은 다른 후보의 고사에 따라 차기 회장 후보로 윤 회장이 단독 추천된데 대해 "셀프 연임 자작극"이라고 비난하며 "윤 회장과 사외이사들의 퇴진 운동에 나서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