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개에 '벤츠 한 대 값', 손으로 만드는 비행기 도어

머니투데이 사천(경남)=박계현 기자 2017.09.15 0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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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O 현장속으로]샘코, 15일 코스닥 상장…"제작공정 90% 이상 수직계열화로 원가 절감"

샘코 사천 1공장에 러시아 수호이(Sukhoi) 사의 SSJ100 기종에 탑재되는 도어시스템이 도열돼 있다./사진=박계현기자 unmblue@샘코 사천 1공장에 러시아 수호이(Sukhoi) 사의 SSJ100 기종에 탑재되는 도어시스템이 도열돼 있다./사진=박계현기자 unmblue@


"러시아 수호이(Sukhoi)사의 SSJ100 기종에는 승객용 도어 4개, 화물용 도어 2개가 들어갑니다. 한 세트 공급단가가 55만달러(약 6억2300만원)니까 도어 하나가 벤츠 한 대 가격에 버금가는 셈입니다." (정홍보 샘코 부사장)

13일 경남 사천 사남면 소재 샘코 (2,015원 ▲105 +5.5%) 공장에서 만난 정 부사장은 "항공기 부품은 언제 어디서 누가 작업했는지 사고가 났을 때 확인이 가능하도록 추적 관리가 필수적으로 이뤄진다"며 "거의 모든 제품을 수작업에 가깝게 생산하고 있다"고 말했다.



샘코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항공기 도어시스템을 전문 생산하는 기업으로 15일 코스닥에 상장된다. 샘코의 사천 1·2공장은 바다를 바로 옆에 끼고 있는 1만5000㎡ 부지에 있다. △연구·개발·설계를 총괄하는 중앙연구소 △가공공정 △판금공정 △조립공정이 모두 이곳에 모여 있다.

샘코 주력제품인 항공기 출입문 1개가 견뎌야 하는 압력은 21톤이 넘는다. 이 때문에 부품 조립에 일반 제조산업군의 10~100배 이상의 정밀도를 요구한다. 운항고도 기준 내외부 압력 차가 5배 이상 발생하는 비행기 특성상 항공기 도어는 0.001인치의 오차도 허용하지 않는다.



경남 항공 국가산업단지 내 샘코 사천 1·2공장에서 샘코 직원들이 러시아 수호이(Sukhoi) 사의 SSJ100 기종에는 탑재되는 도어시스템을 제작하고 있다./사진=박계현기자 unmblue@경남 항공 국가산업단지 내 샘코 사천 1·2공장에서 샘코 직원들이 러시아 수호이(Sukhoi) 사의 SSJ100 기종에는 탑재되는 도어시스템을 제작하고 있다./사진=박계현기자 unmblue@
이 때문에 샘코 현장직원 90여 명이 모두 꼬박 일주일 동안 매달려 알루미늄 원판 단계에서부터 부품을 직접 깎고 다듬고 도장하고 볼트·너트 위치를 잡아 조립해야 한 세트(6개)의 항공기 도어시스템을 만들어낼 수 있다.

실수가 용납되지 않는 현장 특성상 각 공정의 선임 작업자들은 최소 7~10년 현장 경험이 있는 숙련 인력이다. 볼트, 너트 또는 리벳으로만 연결해야 하는 항공기 도어 특성상 스킨 하나에 800~900개 구멍을 뚫어야 하는데 이 과정은 자체개발한 자동화 로봇이 맡는다.

바로 옆 조립공정에선 보잉 B737·777에 장착되는 슬라이딩도어가 제작되고 있다. 승객용 도어와 달리 항공기 한 대당 단 1개만 장착되는 슬라이딩도어는 조종사 등이 비상 탈출할 때만 이용하는 문이다. 개당 단가가 6000~8000달러인 슬라이딩도어는 월 40~50개가 생산된다.


정 부사장은 "슬라이딩도어의 알루미늄 부품을 외부에서 생산하다가 샘코가 직접 주물·성형까지 담당하면서 공급 원가를 20% 절감했다"고 설명했다.

샘코는 항공기 부품 성형·가공부터 도색·조립·검수까지 90% 이상 제작공정을 자체적으로 수직계열화했다. 조립공정이 주를 이루는 1공장 바로 옆에는 알루미늄 원판을 성형·가공하는 2공장이 있다. 성형 공장은 정확도가 중요한 만큼 거의 모든 장비가 자동화돼 있다. 작업자 한 명이 장비 세 대를 동시에 다룬다.

샘코의 한 직원이 500톤 압력을 가해 알루미늄을 성형하는 장비에 알루미늄 원판을 집어넣고 있다./사진=박계현기자 unmblue@샘코의 한 직원이 500톤 압력을 가해 알루미늄을 성형하는 장비에 알루미늄 원판을 집어넣고 있다./사진=박계현기자 unmblue@
2공장 중앙에 자리한 500톤짜리 스킨 스트레쳐(알루미늄 원판을 원하는 모양으로 휘게 만드는 장비)는 2013년 국내 업체와 함께 첫 국산화에 나서 장비 제작비용을 50% 절감했다.

성형과 단면 마감을 마친 알루미늄은 냉장고에 보관된다. 혹시나 열이 가해질 경우 모양이 틀어지는 경우를 방지하기 위해서다. 이후 녹 방지 등 특수공정이 더해지고 도색에 들어간다. 또 모든 알루미늄 성형물은 조립 공정에 넘어가기 전에 공차 오차를 점검하는 과정을 거친다.

내달 준공 예정인 1만8000㎡ 규모 산청공장에는 40억원에 발주한 1000톤 스킨 스트레쳐가 들어간다. 이 장비는 러시아·중국업체들과 논의 중인 150인승, 250인승 등 대형 기종 도어를 제작하는데 사용될 예정이다.

샘코는 내년 하반기까지 산청공장에 표면처리공정을 구축해 외주비율을 낮추고 자동화 설비를 늘려 원가절감에 나설 계획이다.

회사는 산청공장에 공모자금을 포함 15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신규 투자 비용의 24%는 중앙정부·경상남도·산청군 예산에서 되돌려 받는다. 샘코가 향후 현지 인력을 45명 이상 고용한다는 조건이다. 샘코는 올해 경상남도 소재 기업 중 첫 상장 기업이기도 하다.

이창우 샘코 회장은 "수주 이력이 쌓이자 국내외에서 생산능력(CAPA) 이상의 주문이 밀려들어 일부 고객사에서 제안하는 일감은 거절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중소기업으로선 드물게 에어버스, 수호이 등 대형 고객사의 신뢰를 얻는 데 성공했지만 끊임없는 원가 절감 노력만이 이들 고객사를 유지하고 성장해 나갈 수 있는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샘코 사천 1·2공장에서 자체 제작되는 항공기 각종 부품들이 진열돼 있다./사진=박계현기자 unmblue@샘코 사천 1·2공장에서 자체 제작되는 항공기 각종 부품들이 진열돼 있다./사진=박계현기자 unmbl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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