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는 최흥식 금감원장이 내정되기 전인 지난 4일 발표한 성명서에서 "금융위 출신 금감원장이 오면서 금융위 산업정책에 비판을 제기할 수 없게 됐다"며 "철옹성 같이 견고한 재무관료에 대항해 소신을 말할 수 있는 원장이 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당시 금융원장 내정자로 거론되던 김조원 전 감사원 사무총장을 환영한다는 뜻이었다.
최 원장의 취임식이 열린 지난 11일 내놓은 성명서에서도 금융위가 빠지지 않았다. 노조는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최 원장 임명을 제청하며 "금감원은 시장의 규제완화 요구에 부응해야 한다"고 밝힌데 대해 "금융위가 시키는 대로 하라는 가이드라인을 줬다"고 비판했다. 또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이 민간 출신이 금융위를 더 잘 견제할 수 있을 것이라며 최 원장을 천거한 것으로 알려졌다"며 최 원장이 이같은 기대에 부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금감원 노조가 권한 축소와 검사의 어려움 등에 따른 문제점을 합당한 근거를 들어 제기했다면 훨씬 더 설득력이 있었을 것이다. 시장에서는 그간의 금융개혁으로 금감원 검사가 합리적인 선진국형으로 변했다는 긍정적인 평가가 많기 때문이다.
금감원 노조가 내놓은 세 성명서는 금융위와 힘겨루기에서 이기고 싶고 더 많은 권한을 갖고 싶다는 관치적 사고방식에 머물러 있다는 비판에서 벗어나기 힘들다. 성명서에 대놓고 "(최 원장이 금감원장이 되면) 금감원은 금융시장을 장악할 수 없다"는 표현을 쓴 것 자체가 관치적 사고방식을 부지불식간에 드러내는 증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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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은 채용 비리와 직원들의 불법행위 등으로 조직 쇄신이 필요하다는 비판을 듣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노조의 최근 행보는 '금융위 콤플렉스'라는 표현 외에는 달리 설명하기 어려워 보인다. 자신을 우선 돌아보고 스스로를 쇄신하는게 먼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