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과 함께 자라난 아이가 '미래인재' 될 거에요"

머니투데이 박진영 기자 2017.09.13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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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홍윤희 이베이코리아 이사· 협동조합 무의 이사장

"장애인과 함께 자라난 아이가 '미래인재' 될 거에요"


"장애인들도 장애가 처음이라 잘 모르는 거에요. 자신에게 무엇이 필요한지."

이커머스기업의 커뮤니케이션 팀장이자 장애인인식개선콘텐츠 제작 협동조합 '무의'의 이사장인 홍윤희 이베이코리아 이사는 12일 머니투데이와 인터뷰에서 "장애인들이 적절한 정보를 얻기만 해도 삶의 질이 크게 개선될 수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홍 이사는 2015년 '장애가 무의미한 세상'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무의'를 설립하고 교통약자를 위한 '지하철 환승 지도'를 만드는 활동을 하고 있다. 이와 동시에 이베이코리아가 운영하는 온라인몰 '옥션'에서도 최초로 장애인 용품들을 한 곳에 모아 판매하는 전문관 '케어플러스' 론칭을 이끌고 운영에 힘을 싣고 있다.



홍 이사는 "장애의 종류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다양하다"며 "그들도 장애를 처음 겪다보니 어떠한 장비가 자신에게 도움이 될지 잘 알 수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약간의 정보와 용품의 도움이 장애인들의 경험치와 삶을 크게 바꿔놓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홍 이사도 하나뿐인 딸 지민양(11살)을 통해 장애를 처음 가까이서 경험하게 됐다. 지민이가 '새로운 장비'를 만나면서 얻게 된 자유는 소소한 것이지만 굉장히 컸다.



"기존 수동휠체어에 설치해 한 손으로 조이스틱을 조작하며 운전할 수 있는 '장애어린이 전동키트'를 지민이가 이용하게 됐어요. 원래 양손으로 휠체어를 움직여야해서 점심시간에 친구들이 급식을 받아주면 먹었는데, 자기가 직접 식판을 들고, 원하는 반찬만 골라 먹을 수 있게 됐다고 좋아했어요. 딸이 얻게된 '편식의 자유'가 굉장히 기뻤습니다."

이 키트는 옥션 케어플러스에도 입점한 IT 소셜벤처 '토도웍스'의 제품으로 향후 스타트업들의 아이디어가 빛나는 장애인 용품들을 적극 도입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케어플러스는 지난해 말 론칭 이후 올들어 매출이 전년 대비 20% 증가하는 등 호응을 얻고 있다. 최근에는 특수 차량을 요하는 등 이동에 제약이 많은 장애인들이 편리한 여행을 할 수 있도록 장애인 여행상품을 소개하는 등 서비스 다양화에도 힘을 쏟고 있다.

홍 이사가 80여명 자원봉사자 등과 함께 만들어나가고 있는 '지하철 환승지도'도 막바지 작업이 한창이다. 오는 10월쯤 지하철역별로 장애인들이 휠체어로 이동 가능한 '환승 루트' 및 이동정보를 온라인상에 제공할 방침이다. "내가 세상에 없어도 지민이가 불편함 없이 생활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다.


홍 이사는 "지도가 정보를 알려주는건 제일 마지막 수단이어야 한다는 생각"이라며 "다만 지도를 만들고 제공하면서 '우리에게는 이렇게나 절실한 문제'라는 것을 알려나가고 싶다"고 말했다.

홍 이사는 최근 특수학교 건립에 반대하는 주민들을 설득하기 위해 장애인 자녀 부모들이 무릎까지 꿇는 상황 등 우리사회 극단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그는 "장애인과 더불이 지내는 지역이 '격'이 떨어질까요? 그렇지 않다"며 "20년전 강남구 일원동 밀알학교 건립 이후로 지역이 발전을 이어간 것은 물론, 오히려 다양한 구성원들을 경험하고 포용하며 동네 '격'이 높아졌다"고 강조했다.

홍 이사도 딸을 유치원에 보내기까지 7번정도 '거절'을 당했던 경험이 있다. 하지만 '8번째'로 찾은 공동육아어린이집에서 좋은 인연을 맺을 수 있었다. 그는 "장애인과 함께 어울려 자라난 아이들의 '큰 이점'은 무엇일까요?"라고 질문을 던졌다.

"한 어머니가 저에게 말했어요. '우리 아이랑 지민이가 같은 유치원을 다니게 돼 정말 고맙게 생각한다'고요. 인간만이 지닐 수 있는 인권감수성, 공감능력을 아주 어렸을 때 자연스럽게 배울 수 있게 됐다고요. 뜬금없지만, AI(인공지능)가 많은 직업을 대체할 앞으로 사회에서는 '가장 인간다운 것'에 강점을 가진 아이가 '미래인재'가 될 것임에 틀림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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