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동탄2·용인…역전세난 우려에 집주인 '발동동'

머니투데이 신희은 기자 2017.09.12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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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급과잉에 전세 쏟아져 역전세난 조짐…자금여력 부족한 갭투자자 '곤혹'

경기도 동탄2신도시 아파트 전경. @머니투데이 DB. 경기도 동탄2신도시 아파트 전경. @머니투데이 DB.


#경기 화성 동탄2신도시 아파트 분양권을 보유 중인 외벌이 직장인 A씨는 내년 10월 입주를 앞두고 맥을 못 추는 전셋값에 집 처분을 서둘러야 할지 고민에 빠졌다.

정부의 ‘8·2 부동산 대책’ 이후 떨어진 집값에 매도 타이밍을 놓친 것 같기는 하지만 잔금을 치르기도 녹록지 않은데다 인근에 입주물량이 쏟아지면서 전셋값이 더 떨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A씨는 “경제적인 여력이 되지 않는데 집을 무리하게 들고 있는 것 아닌가 싶다”며 “전세 세입자를 들인다고 해도 애초에 기대했던 금액에서 턱없이 부족하고 더 기다린다 해도 전셋값 상승을 기대하긴 어려울 것 같다”고 토로했다.

# 경기 용인 수지구에 전세끼고 갭(Gap)투자로 아파트를 매입한 B씨는 연말 전세기간 만료를 앞두고 집을 사서 나가는 기존 세입자 대신 새 세입자를 들이는 데 애를 먹고 있다. 역세권으로 입지가 좋아 부동산 중개업소에서 문의는 간혹 오지만 좀처럼 계약하자는 이야기는 없다. 주변에 새 아파트가 쏟아지다보니 전셋값이 내려 세입자를 들인다 해도 기존 보증금을 내주려면 대출을 받아야 하는 실정이다.



B씨는 “용인에 신규 입주가 줄을 잇는 데다 주변에 동탄, 광교 등 신도시가 많다보니 전셋값이 맥을 못 추는 것 같다”며 “계약 만료는 다가오는데 전세보증금을 어떻게 마련해야 할지 생각하면 잠도 안 온다”고 걱정했다.

‘8·2 부동산대책’ 이후 주택거래가 위축되면서 신규 아파트 공급물량이 쏟아진 경기 화성과 용인 등지에서 역전세난 우려가 가중된다. 매매가는 물론 전셋값이 수천만 원 이상 하락하면서 급매물이 쌓이고 세입자를 구하지 못한 집주인들은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이들 지역은 특히 시세차익을 노린 ‘갭투자’가 빈번한 지역으로 물량이 어느 정도 소화되기까지는 역전세난에 따른 진통이 불가피할 것으로 관측된다.


11일 부동산시장에 따르면 동탄2신도시와 용인 일대 공급과잉으로 전세 시세가 급락하고 급매물이 쌓이고 있다. 지역 내 단지 입지에 따라 온도차가 있지만 전반적으로 공급물량 증가가 시세를 끌어내리는 분위기다.

2015년 6월에 입주한 ‘동탄2신도시 센트럴 푸르지오’는 총 1348가구로 전세비율이 절반 넘는 대단지다. 이 단지 전용면적 74.9㎡ 저층은 올 7월 2억6000만원에 전세 계약이 이뤄졌지만 한 달 만인 8월엔 2000만원 낮은 2억4000만원에 계약됐다. 올해 전세 호가는 2억7000만~2억9000만원 안팎에 형성됐지만 입주물량 여파로 전세매물이 쌓이고 거래도 수천만 원 낮은 가격에 체결되는 분위기다.

그나마 동탄2신도시 내에서도 입지와 생활인프라를 갖춘 곳들은 일부 조정양상을 보이지만 남부와 동부 외곽지는 역전세난이 심각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입주가 임박하자 잔금을 치르기 위해 전셋값을 대폭 낮춰 내놓으면서 전용 84㎡ 기준으로 한때 3억원 넘던 전셋값이 급락하며 2억원 이하 전세 급매가 등장하기도 했다.

인근 한 부동산중개업자는 “주택시장 호황기에 건설사들이 밀어내기식으로 분양할 때 집을 산 집주인들은 집이 팔리지 않고 전세도 못 구하는 사면초가에 놓였다”고 우려했다.
 2010년에 입주한 용인시 성복동 ‘성복자이1차’의 경우 전용 84㎡ 전세시세가 올 6~7월 3.3㎡당 평균 1327만원 수준이었지만 8월 들어 평균 1297만원가량으로 내렸다. 인근 부동산중개업소 관계자는 “84㎡ 기준으로 전세 호가가 4억5000만~4억7000만원 안팎에 나와 있는데 인근에 대체할 수 있는 전세가 많다 보니 실제 계약은 이보다 낮은 가격에 체결된다”며 “인근 대부분 단지가 전셋값 조정을 겪고 있다”고 전했다.
시장에선 이들 지역의 입주물량이 해소되려면 상당시간이 소요되는 만큼 실거주가 아닌 투자목적의 매입은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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