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상선-대우조선해양 4700억원 VLCC 5척 본계약 체결

머니투데이 황시영 기자, 안정준 기자 2017.09.04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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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 "산은 자회사간 '셀프 계약'…현대상선 통한 대우조선 측면 지원 의혹" 제기

현대상선과 대우조선해양이 4일 서울 연지동 현대상선 사옥에서 4700억원 규모의 VLCC(초대형유조선) 5척 건조 계약 서명식을 가졌다. 유창근 현대상선 사장(오른쪽)과 정성립 대우조선해양 사장(왼쪽)이 계약 서에 서명한 후 악수하고 있다./사진=현대상선현대상선과 대우조선해양이 4일 서울 연지동 현대상선 사옥에서 4700억원 규모의 VLCC(초대형유조선) 5척 건조 계약 서명식을 가졌다. 유창근 현대상선 사장(오른쪽)과 정성립 대우조선해양 사장(왼쪽)이 계약 서에 서명한 후 악수하고 있다./사진=현대상선


현대상선 (15,310원 ▼290 -1.86%)대우조선해양 (31,000원 ▼200 -0.64%)이 VLCC(초대형유조선) 5척 건조 본계약에 4일 서명했다. 계약 규모는 VLCC 5척에 약 4700억원이며, 향후 옵션 5척이 추가로 포함될 수 있다.

유창근 현대상선 사장, 정성립 대우조선해양 사장 등 양사 핵심 관계자들은 이날 서울 연지동 현대상선 사옥에서 VLCC 건조 본계약 체결식을 가졌다.



이번 계약에 따른 VLCC는 모두 30만톤급(DWT) 이상의 초대형 유조선 5척이다. 옵션(+5척)을 행사할 경우 최대 10척까지 가능하다.

현대상선은 해당 금액을 '선박 신조 프로그램'을 통해 조달할 계획이다. 정부는 지난해 10월 '해운산업 경쟁력 강화 방안'의 일환으로 2조6000억원 규모의 '선박 신조 프로그램'을 조성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현대상선은 지난 4월 7일 대우조선해양과 초대형 유조선 5척에 대한 인수의향서(LOI)를 체결했다. 선박은 2019년 상반기부터 순차적으로 인도받는다.

이번 계약으로 지난해 구조조정을 마무리한 현대상선은 "대형 선박에 투자를 시작한다"는 시그널을 시장에 주게 됐다. 대우조선해양 역시 장기화된 조선 불황 속에서 4700억원이라는 '꽤 큰' 규모의 수주를 성사시켰다.

양측은 이번 공개 경쟁입찰은 동반성장의 계기가 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유창근 현대상선 사장은 이날 "VLCC 신조선가는 2003년 이후 역대 최저가 수준이어서 지금이 기회"라며 "앞으로 우리나라 조선·해운이 동반 성장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정성립 대우조선해양 사장은 "2011년 1만3000TEU급 대형 컨테이너선 5척 계약, 이후 용선 계약을 거쳐 이번 계약은 양사가 진정한 동반 성장을 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대규모 정부 지원금이 투입된 곳이자 산업은행 자회사간 '셀프 계약'이라는 측면에서 이번 계약에 부정적 시선을 보내고 있다.

현대상선이 VLCC 발주를 위한 입찰제안서 공고를 올해 초 내고 대우조선,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등 조선 3사로부터 제안서를 접수 받았다고 하지만, 결국 대우조선을 낙점하게 된 데는 산은의 입김이 작용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을 입찰에 포함시킨 것은 대우조선으로 발주를 주기 위한 명분 쌓기였다는 주장이 업계에선 제기되고 있다.

조선·해운업계 관계자는 "대우조선의 최대주주인 산업은행이 이 회사를 살리고자 하는 의지가 강하기 때문에 현대상선을 통해 측면 지원에 나설 것이라는 점이 예견돼 있었다"고 말했다.

최근의 조선·해운 시황 악화를 고려할 때 굳이 수주 계약 사실을 적극적으로 알리는 '세리머니'를 한 점도 눈에 띈다.

조선·해운업계 관계자는 "나중에 용선 조건에서 가격이 깎이는 등 불리해질 수 있어서 요즘 수주 규모를 굳이 대대적으로 대외에 알리지 않는다"며 "대우조선해양이 4700억원 수주 사실을 드러내는 의도가 보인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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