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꿀빵]같은 '공포' 다른 '재미'…'장산범' vs '애나벨2'를 털어보자.avi

머니투데이 김현아 기자, 박광범 기자, 홍재의 기자, 이상봉 기자, 비디오뉴스팀 서민선 기자 2017.09.01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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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여름 딱 두 편의 공포영화가 관객들을 찾았다. 하나는 염정아, 박혁권, 신린아 주연의 국내영화 '장산범'이고 다른 하나는 지난해 공포영화 '라이트 아웃'을 연출했던 데이비드 F. 샌드버그 감독의 신작 '애나벨 : 인형의 주인'(줄여서 '애나벨2')이다. 한국과 미국, 전혀 다른 스타일의 두 공포영화는 하필 비슷한 시기에 개봉해 곧잘 비교대상이 되곤 했다. 하여 꿀빵이 두 영화를 보고 한 자리에 모여 입을 털었다.

영화 '장산범'과 '애나벨 : 인형의 주인'을 비교해보자.영화 '장산범'과 '애나벨 : 인형의 주인'을 비교해보자.


1. 공포영화는 무려 13년 만이지만(2003년 '장화, 홍련') 왠지 그동안의 필모그래피가 다 공포영화였던 것 같은 배우 염정아가 주연으로 출연한 '장산범'의 핵심 공포 요소는 목소리다. 악령 내지 악마 내지 괴물쯤으로 표현할 수 있는 장산범은 사람들을 꾀어내어 죽일 때(정확하게는 자신의 제물로 삼을 때) '성대모사' 재능을 발휘한다. 잃어버린 아들, 죽은 언니, 사라진 가족 등의 목소리를 똑같이 흉내내 사람들을 홀린다. 목소리로 사람들을 속아넘긴다는 점에서 한마디로 '보이스피싱'이라 할 수 있다.



2. '애나벨'과 '컨저링' 시리즈의 맥을 잇는 '애나벨2'의 공포요소는 인형이다. 돈 받고 파는 상품을 왜 이 따위로 만들었는지 모르겠는 기괴한 생김새의 이 인형 안에는 소녀들의 영혼과 육체를 빼앗는 게 목표인 악령이 깃들어 있다. 악령은 '장산범'과 달리 특별한 재능은 없고 다만 주변 사람들을 깜짝 놀래키는 데에 재주가 뛰어나다. 밤에 자는데 괜히 문을 두드린다거나 발소리를 내서 주인공을 깨운 다음 어둡고 구석진 데에서 혼자만 핀조명을 받으며 갑자기 등장한다든지, 이쪽에 있다가 저쪽으로 순간이동을 한다든지 등의 수법으로 사람들을 괴롭힌다.

어떤 부모가 이런 인형을 아이들에게 사줄까. '애나벨 : 인형의 주인' 포스터에 나온 애나벨 인형 얼굴. /사진제공=워너브러더스어떤 부모가 이런 인형을 아이들에게 사줄까. '애나벨 : 인형의 주인' 포스터에 나온 애나벨 인형 얼굴. /사진제공=워너브러더스
3. '장산범'과 '애나벨2'는 공포영화답게 시종일관 관객들을 놀라게 하는데 그 '놀람'의 내용이 다르다. '장산범'은 목소리로 사람들을 홀리기 때문에 소리가 주는 공포와 울림이 결정적이다. 특히 극장에서 보면 장산범의 섬뜩한 목소리(보이스피싱)가 앞에서 옆에서 뒤에서 서라운드로 들리기 때문에 공포감이 더하다. 때문에 귀를 막고 보면 안 된다.



4. 반면 '애나벨2'에서의 '소리'(=브금)는 단순히 '지금부터 무서운 장면이 시작될 거야'란 예고쯤으로 활용된다. '끼이익' 하는 불쾌한 소리가 흘러나오면 슬슬 마음의 준비를 하면 된다. 소리보다는 시각적인 공포와 충격이 큰데 가장 자주 등장하고, 또 볼 때마다 깜짝 놀라는 게 바로 애나벨 인형이다. 볼 때마다 '어째서 저딴 걸 돈 받고 팔려 했을까. 만든 사람 참 개념 없네' 싶은 애나벨 인형의 엽기적인 생김새가 주는 분위기가 '애나벨2'의 상당 부분을 지배하기 때문에 무섭다고 절대 눈을 가리고 보면 안 된다.

5. '장산범'은 무당, 부적, 동굴, 제물 등 동양의 공포요소가 어우러진 딱 한국식 공포영화다. '애나벨2'는 십자가, 악령, 인형, 대저택 등 서양의 공포요소가 등장하는 딱 미국식 공포영화다. '장산범'은 이불 뒤집어쓰고 혼자 조용히 보면 좋을 영화이지만 '애나벨2'여럿이서 함께 보면 좋을 영화다. 마치 롤러코스터를 타듯 같은 순간에 긴장했다가 똑같은 지점에서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선 그 모습이 서로 웃겨 끅끅 웃어제끼는 재미가 있다.

첫째 아이를 잃어버린 주인공은 장산범이 실종된 아이의 목소리를 성대모사하자 이성을 잃고 홀리고만다. /사진제공=NEW첫째 아이를 잃어버린 주인공은 장산범이 실종된 아이의 목소리를 성대모사하자 이성을 잃고 홀리고만다. /사진제공=NEW
6. 두 영화의 차이가 이렇듯 커서 어느 영화가 더 무서운지는 취향에 따라 다를 수 있다. 한국식 샤머니즘이 발산하는 음산한 분위기와 소리 공포가 더 좋다면 '장산범'을, 애나벨 인형 보는 재미와 두근두근 깜놀하는 공포를 더 즐긴다면 '애나벨2'를 추천한다.


7. 두 영화 모두 포기해야 할 건 개연성. 이야기 전개가 그리 치밀하진 않은 편이다. 등장인물의 과거나 배경에 대해 더 설명해주면 좋겠는 지점에서 대충 '마음으로 이해하라'는 듯 퉁치고 지나가는 부분이 많다. 모든 게 장산범에게 홀리기 위해 일어난 것 같은 주인공의 구구절절한 사연이나 굳이 밤에 혼자 애나벨 인형에게 접근하는 주인공의 쓸데없는 호기심 등은 그동안 숱하게 봐온 공포영화의 공식이라 김이 샌다. '장산범'의 허무한 결말과 악령 주제에 사람 괴롭히는 능력치가 이랬다가 저랬다가 랜덤인 '애나벨2'의 악령 또한 두 영화의 티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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