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대사관에 막혔던 '덕수궁 돌담길', 60년만에 시민 품으로

머니투데이 이미호 기자 2017.08.30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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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서울시, 2년 넘게 끈질기게 설득…시 소유 100m만 반환, 나머지 70m 개방은 숙제로 남아

1959년 영국대사관의 점유로 60여 년간 철문으로 막혀 일반인의 통행이 제한됐던 덕수궁 돌담길 100m 구간을 보행길로 정식 개방한 30일 오전 서울 영국대사관 신규후문 앞에서 시민들이 돌담길을 걷고 있다.1959년 영국대사관의 점유로 60여 년간 철문으로 막혀 일반인의 통행이 제한됐던 덕수궁 돌담길 100m 구간을 보행길로 정식 개방한 30일 오전 서울 영국대사관 신규후문 앞에서 시민들이 돌담길을 걷고 있다.


주한 영국대사관이 자리해 60년간 끊겼던 덕수궁 돌담길 170m 중 100m 구간이 시민 품으로 돌아왔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30일 오전 10시 20분 영국대사관 신규 후문 앞에서 찰스 헤이 주한영국대사, 양준욱 서울시의회 의장 등 5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개방행사를 개최했다.

이번에 공개한 100m 구간은 과거 고종과 순종이 제례 의식을 행할 때 주로 이용하던 길이다. 과거 덕수궁에서 선원전(경기여고 터)로 들어가거나 러시아공사관, 경희궁으로 가기 위한 주요 길목이었다.



하지만 영국대사관이 1959년 점유하면서 철대문이 설치됐고, 일반인 통행이 제한됐다.

이에 박 시장은 2014년 10월 영국대사관을 방문해 설득에 나섰고, 이듬해 5월 상호협력을 약속하는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이후 영국 외무성에서 보안관계자가 직접 나와 검토하는 등 각고의 노력끝에 지난해 10월 최종 합의에 이르렀다.



박 시장은 "덕수궁 돌담길의 문화적·역사적 가치를 회복하기 위해 끈질기게 영국대사관의 문을 두드렸다"면서 "과정이 수월하진 않았지만 시민들에게 60년만에 돌아간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고 말했다.

덕수궁에서 이 길로 연결되는 덕수궁 후문 1개소는 문화재청이 신설했다. 덕수궁 안에서 산책을 하다가 이 문을 통해 돌담길을 따라 올라가면 정동길가지 쭉 걸어갈 수 있게 된다.

찰스 헤이 주한영국대사는 "1960년대 도로 점유계약 갱신을 하지 못한 이후로 대사관 직원들도 점점 잊어버렸다. 이 길이 우리 소유라고 잠정적으로 생각하고 지내온 것 같다"면서 "이제 공식적으로 바로잡고 서울시에 반환, 일반인에게 공개하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다만 나머지 70m(대사관 정문~직원숙소)는 소유권이 영국에 있어 이번 개방 대상에서 빠졌다. 영국은 1883년 4월, 현 영국대사관 자리 토지와 건물을 30만원에 구입했다. 이에 따라 아직은 경복궁처럼 돌담을 따라 덕수궁 둘레를 한 바퀴 돌 수 없다. 하종현 서울시 도로계획과장은 "영국대사관과 끊겨있는 70m 구간에 대한 협의를 추후 계속 이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덕수궁 돌담길은 서울시민들이 가장 걷고 싶은 거리이자, 데이트 명소로 꼽히는 장소다. 새로 개방된 돌담길은 대한문에서 정동으로 이어지는 서소문 돌담길과 달리 담장이 사람 키보다 낮고 곡선이 많아 더욱 운치가 있다. 담장 너머로는 영국식 붉은 벽돌 건물이 보여 전통과 서구 건축이 조화를 이룬다.

박 시장은 "덕수궁 돌담길을 연인이 같이 걸으면 헤어진다는 속설이 있다. 하지만 그간 길이 끊어져 있어서 그랬다. 이제 길이 연결돼 같이 걸어도 절대 헤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영국대사관에 막혔던 '덕수궁 돌담길', 60년만에 시민 품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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