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통령 등에 뇌물을 제공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1심 재판부의 징역 5년 선고의 이유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서 유독 특검이 집착했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혐의사실 중 핵심인 '경영권 승계를 목적으로' 한 청탁이라는 이 가정(假定)은 이것이 실제인지에 대한 검증 없이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삼성이 순환출자 해소를 위해 진행했던 각종 지배구조 재편은 그 당시 야당과 진보 진영에서 꾸준히 제기해왔던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실행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여기에 대해서는 일언반구가 없다.
삼성의 형식적 경영권 승계는 1997년 에버랜드 전환사채를 발행하고, 이를 이재용, 이부진, 이서현, 고 이윤형 등 이 회장의 4남매에게 '3 vs 1 vs 1 vs 1'로 나눠줬을 때 이미 완성된 것이다.
삼성을 얘기할 때, 삼성전자가 90%라는 말이 있다. 삼성전자가 어떻게 지배되느냐가 핵심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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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버랜드→삼성생명→삼성전자→삼성SDI→삼성물산→삼성전자'의 순환출자에서 에버랜드의 최대주주가 이재용 부회장이 되면서 삼성의 형식적 경영권 승계는 이미 끝난 것이었다.
이는 그 당시 에버랜드 CB(전환사채) 저가 발행 문제를 제기했던 법학과 교수들과 당시 시민단체에서 일을 했고, 현재 정부에서 주요 역할을 하는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이나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도 다 아는 사실이다.
그래서 상속세 16억원만 내놓고 수백조원의 삼성 그룹의 경영권을 가져갔다고 비난하지 않았던가. 그런데 이제 와서는 그 경영권 승계가 이뤄지지 않았고, 그걸 완성하기 위해 박 전 대통령에게 부정한 청탁을 묵시적으로 했다며 삼성그룹의 넘버 1, 2, 3를 모두에게 실형을 선고하고, 구속했다.
사실 이재용 부회장이 16억원의 상속세만 내고 삼성그룹을 통째로 얻었다는 것도 사실과 다르다. 아직 내야 할 상속세는 이건희 회장이 보유한 재산 약 18조원의 65% 내외인 11조원 가량은 더 있다. 또 이 회장의 부인인 홍라희 전 리움미술 관장의 상속분 등을 포함하면 이보다 훨씬 많은 세금을 더 내야 실질적 경영권 승계가 완성된다.
또 삼성전자 주주의 50% 이상은 외국인이다. 이들이 힘을 합친다면 삼성전자 경영권 논란은 무의미해진다. 그만큼 경영권이라는 개념이나 실체가 모호한 형태이기도 하다.
통상적으로 얘기되는 형식적인 삼성 경영권 승계는 완성됐지만 실질적 경영권 승계는 이건희 회장이 보유한 지분 중 상속세를 낸 나머지 부분을 받을 때의 일이라 아직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삼성 내부에서 경영권 승계를 위해 별도로 필요한 건 실질적으로 없었다. 형식적 승계는 이미 끝나고, 실질적 승계는 이 회장의 부재시에만 가능한 것이기 때문이다. 묵시적으로 청탁할 이유도 없었다는 얘기다.
2014년 5월 11일 새벽 1시경 기자는 서울 일원동 삼성서울병원 응급실로 급히 달려간 적이 있다. 이 회장이 심근경색으로 쓰러져 순천향병원에 급히 왔다가 사라졌다는 첩보를 입수한 후 수소문해서 찾아간 것이었다. 이 회장의 심근경색이 외부로 알려지기 8~9시간 전이었다. 그 당시에는 이 회장의 생사를 가늠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때부터 삼성이 정부와 야당에서 주장한 순환출자 해소 시나리오에 속도가 달라지긴 했지만, 방향은 이건희 회장이 쓰러지기 한달 전에 미리 정해놓은 대로 진행됐다.
그 실행은 '아버지의 사람'인 최지성 전 실장을 중심으로 한 미래전략실이었고, 이 부회장은 회장의 부재를 대리하는 위치에 있는 상황이었다. 그게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지만 세상은 이를 믿지 않는다.
오동희 부국장 겸 산업1부장.